과거인물·친박의원 중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국민들께서 우리 당의 변화를 판단하실 때에도 결국 '어떤 인물들이 새롭게 당에 참여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고 참신하고 역량있는"이라는 인재의 조건을 강조했다.

황 대표의 용인술이 본인의 말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다. '젊음' '참신함'과 거리가 있어보이는 박근혜정권 시절 인사나 친박의원들을 전면배치하고 있기 때문. 국민들이 이들의 면면을 보고 "한국당이 변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좌파에 장악된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특위를 꾸렸다. 박근혜정권 시절 KBS사장을 지낸 길환영씨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도 영입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특별보좌역을 40명이나 임명했다. 박근혜정권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씨와 이명박정권 시절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씨가 발탁됐다. 이명박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의 출연을 막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도 특보가 됐다.

당직에는 친박의원들이 중용되고 있다. 황 대표는 1기 당직인선을 하면서 한선교 사무총장, 추경호 사무부총장, 이헌승 비서실장, 민경욱 대변인을 발탁했다. 친박 일색이었다.

한 총장을 교체하면서 비박 이진복 의원이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또다시 친박 박맹우 의원이 중용됐다. 비박 황영철 예결위원장을 밀어내고 친박 김재원 의원을 앉혔다. 친박이 아니면 당직을 맡을 수 없는 분위기다.

한국당에 박근혜정권 시절 인사나 친박의원들이 전면배치되자 당내에서조차 "이렇게해서 국민들이 '한국당이 변했다'고 인정하겠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변화는커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로 소환해 총선을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만드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수도권 비박의원은 18일 "황 대표가 중도인사들을 대거 중용해 외연을 확장해야할 마당에 박근혜정권 시절 인사나 친박의원들만 중용하고 있다"며 "또 한번 탄핵 심판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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