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불러온 ‘신개념 노동’

주요국 생산인구 10% 차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장점’도

기존 산업과 충돌, 갈등 불러


예전에는 ‘플랫폼’이라고 하면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을 뜻했던 플랫폼이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죠. 이제 플랫폼은 인터넷상에서 거래가 발생하는 곳을 뜻하게 됐고 플랫폼 경제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달라지면서 노동자가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유연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죠. 이러한 경제환경을 ‘긱 경제’(gig economy)라고 부릅니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필요에 따라 주변에서 연주자를 섭외해 진행하는 공연을 뜻했다고 합니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할 때 공연에 합류했다 떠날 수 있고 재즈클럽 입장에서는 정식 고용을 해야 하는 부담 없이 공연이 필요할 때만 연주자를 구해 쓸 수 있습니다.

그 당시 ‘긱’이 가능했던 것은 일정한 공간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IT기술의 발달로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공간에서 일자리 공급자와 수요자간 매칭이 가능해졌습니다.

긱 노동자의 대명사는 미국에서 시작된 ‘우버’(Uber) 운전사들입니다. 우버는 개인 소유 차량을 택시처럼 제공하는 승차중개 서비스 플랫폼입니다.(우리나라에서는 자가용 차량을 영업용으로 운행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온전한 우버 택시를 만날 수는 없습니다.)

교통에서 시작된 긱 경제는 숙박, 청소, 음식 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처럼 오프라인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기반형’이 90%(매출액 기준)가 넘습니다. 오프라인 교류 없이 완벽하게 온라인 상에서만 이뤄지는, 예를 들면 그래픽이나 영상 작업 같은 ‘웹기반’ 긱 경제는 아직 비중이 작다고 합니다. 주요국 긱 경제 종사자수는 국가별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생산가능인구의 10%를 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노동의 유연성이 더해진 긱 경제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긱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생길 수 있는 것이죠.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소득이 들쑥날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입니다.

게다가 긱 경제가 새로운 산업, 새로운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을 대체하는 데 그칠 경우 충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카카오가 한국판 우버인 ‘카카오T 카풀’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차량호출 플랫폼인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이어졌죠.

긱 경제, 플랫폼 경제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존 산업과의 충돌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 경제 시스템의 흐름 속에서 고용자와 노동자, 소비자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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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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