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행정안전부 재난대응정책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역시 교육, 아이들의 성적, 진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걸음만 비켜서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핵심이 아니다.

밭에서 자라나는 채소를 생각해보자. 깨끗한 양질의 토양이 없다면 비료를 아무리 준들 결코 좋은 산물을 얻을 수 없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토대가 없다면 그로 인한 좋은 결과물은 결코 생각할 수 없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결과물에만 목을 매고 있다. 자녀들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수십 번의 이사, 과도한 사교육비의 투입이 일상이 되었다. 당연히 핵심적인 가치인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면 왜 우리가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지를 체감해 볼 수 있다.

재난대비 훈련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 커

올해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2건의 대규모 화재를 살펴보자. 1월 천안에서, 6월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학교 전체를 화염과 연기가 뒤덮을 정도로 위험했는데도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 두 학교 교감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평소 꾸준한 훈련의 결과로 교사와 어린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응한 덕분이라고 한다.

훈련 준비에 대해 총괄지휘를 하다 보면 “업무도 많은데 이걸 또 해야 돼?” “이런 거 백날 해봤자 귀찮기만 하고 뭔 소용이 있겠어?” 같은 현장의 반응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그러한 훈련이 우리도 모르게 몸에 배게 되고, 우리의 목숨을 구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재난상황에서 몸이 자동반응 하도록 훈련을 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우고 나면 굳이 애써 신경 쓰지 않아도 몸이 그 배움을 잊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훈련은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이런 취지로 행정안전부는 2016년부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특수학교로까지 대상을 확대해 본격 추진 중이다. 물론 현재도 학교에서는 연 2회 이상 소방훈련과 교육과 매 학년별 2종류 이상의 재난대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더해 행정안전부에서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을 시작한 이유는 아이들이 훈련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의 장을 제공해주기 위함이다.

훈련은 총 5주차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어린이들이 재난유형을 직접 선정하고, 역할 체험과 대피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현장 훈련을 실시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간 피동적으로 대피훈련에 참여하던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재난대비태세를 몸에 익힐 수 있게 된다. 참여 규모는 전국 초등학교 수에 비하면 아직까지 미미하다. 하지만 훈련을 경험해본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토양 만드는 게 최우선

지난 6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 현장훈련에 직접 참여해 본 적이 있다. 훈련이 끝난 후 아이들의 소감발표를 듣고, 우리 어린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이 전국 학교로 전파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기왕이면 어린이 안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이 훈련이 매년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되었으면 한다.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와 끊임없이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 계획된 훈련도 아무 사고 없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더욱 많은 학교의 자발적 참여를 희망해본다.

우리 자녀들의 성적과 진로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이 최우선 순위였으면 한다. 즐거운 여름방학이 끝난 후에는 대한민국 어린이 모두가 신나고 안전한 새학기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