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현 지음 / 시대의 창 / 각권 1만5000원

'김 구 여운형 노무현'. 백무현 화백은 이들과 함께 김대중을 양극단을 오가지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덧칠한 이들에게마저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그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실상 그를 잘 몰랐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인간 김대중의 참모습을 잘 몰랐다." 백 화백은 이 책을 쓴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저자는 "그가 꽃과 동물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느꼈다"며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었다는 사실과 귀여운 강아지를 혼낸 것에 화가 나 국회에서 집으로 득달같이 달려와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따졌다는 일화는 '인간 김대중'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자극했다"고 했다.

김대중이 즐겨 쓴 4자성어 '경천애인'을 내놓으면서 "인간 김대중이 가난한 서민에 대한 연민과 일상적 삶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조차도 한낱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을지 모른다"고도 했다. 김대중은 교수대로 끌려가면서도 "이땅에 정치적 보복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 일기인 2009년 1월 7일 김대중은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며 '행동하는 양심이 승리한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여줬다.

불의에 맞선 '행동하는 양심'인 김대중의 생애는 '하의도에 핀 인동초' '행동하는 양심으로' '시대의 한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시간흐름에 따라 펼쳐졌다. 전봉준과 이순신에 대한 간접 경험과 '착취에 대한 저항의식'이 녹아있는 하의도 유년시절의 기억들은 항일의식과 휴머니티로 이어졌다. 김대중은 일본 식민지의 아픔과 해방, 한국전쟁을 거쳐 해운회사를 성공시킨 CEO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30세에 도전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4번(1번은 후보등록취소)이나 낙선한 끝에 배지를 달았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도 역사의 마디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했다. 한국 현대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위를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이 책은 이미 2009년에 5권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후 백 화백은 내용의 오류를 바로잡아 재출간을 준비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유족들과 친우들의 도움으로 고 김대중 서거 10주년을 맞아 3권으로 묶어 나왔다. 그는 "위인전방식을 지양하고자 김대중의 저작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고 꼼꼼히 훑었다"고 했다. '서생다운 문제의식과 상인다운 현실감각'의 실용적 가치관이 녹아있는 한 장 한 장은 진보진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 화백은 1988년 평화신문 창간과 함께 시사만평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언론노보, 월간말 등 진보적 매체에 작품을 연재했다.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를 조직하기도 했다. 김대중 외에도 박정희, 전두환 등의 인물의 삶을 그려냈으며 '만화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그 바탕을 이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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