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업주가 홍천군 기망"

업체 상대로는 승소했지만 체불임금 해결은 어려울 듯

관급 공사 현장에서 급여를 받지 못한 건설노동자들이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사업주 책임만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07단독 이준구 판사는 강 모씨 등 41명이 I건설과 강원도 홍천군을 상대로 제기한 노임지급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체불임금에 대해 사업주 책임은 인정했지만 홍천군의 책임은 없다고 본 것이다.

I건설은 2016년 홍천군으로부터 공공도서관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시작했다. 강씨 등은 2016년 10월부터 인력업체 소개로 도서관 공사에 참여하면서 2016년 10월 22일부터 2016년 12월 14일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적게는 18만원에서 많게는 640만원의 급여를 받지 못했다. 당시 I건설은 강씨와 같이 실제로 일한 사람 외에 송 모씨 등 8명이 공사에 참여한 것처럼 꾸민 뒤 홍천군에 노무비 청구서를 제출한 뒤 모두 1억483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뒤늦게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I건설의 대표 등은 사기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6개월~1년 6개월, 집행유예 1년~2년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강씨 등은 I건설이 자신들의 급여를 빼돌리는 범행에 홍천군 관계자가 공모했거나 방조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I건설은 물론 홍천군도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홍천군이 I건설의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홍천군 관계자가 관련 문서가 위조됐을 것이라고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I건설 관계자들이 홍천군을 적극적으로 기망했었다"면서 "수사기관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 등을 했고, 홍천군 관계자가 부정한 방법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홍천군의 책임은 없다고 결론 냈다.

I건설은 송모씨 등 8명의 급여를 청구하면서 송씨 등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까지 제출했고, '허위일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홍천군에 냈다. 이 과정에서 허위로 급여를 청구한 송씨 등에게는 "홍천군이 확인을 할 경우 노무를 제공했다고 말해달라"는 부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 등은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I건설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미지급된 급여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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