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결국 자살골로 마감할 것인가. 미국 주요 언론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전 세계 경제의 침체를 부를 수 있으며, 대통령 본인의 재선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좋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상황은 그의 장담과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뉴스위크 "민주당 아닌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트럼프 꺾을 것"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7일자에서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은 건전한 성장세다. 하지만 정치상황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중서부 농민들과 공장 노동자들에 달렸다. 플로리다주와 미시간주, 오하이오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무역전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스위크는 "이 지역은 경제가 언제나 최우선인 지역"이라며 "이 지역 유권자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셋째도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발언은 지지기반 유권자를 심리적으로 흥분시키지만, 경제적 수지타산 측면에선 지지자들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대 중국 수출 총액은 연간 16억달러 정도다. 금 수출이 5억3300만달러에 달한다. 마이애미는 금 정련업자와 가공업자들의 집결지다. 이들이 만든 것 중 상당몫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민항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플로리다주의 2번째 큰 수출이다. 연 1억2600만달러를 벌어들인다. 향후 20년 동안 중국은 전 세계 민항기 시장의 최대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의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의 무역전쟁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미시간주는 중국에 36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한다. 이 가운데 12억달러는 자동차 부품이 차지한다. 미시간주는 또 북미 자동차 연구개발의 75%를 차지한다. 생산대수 측면에서 중국은 최대 자동차 제조국이다. 미 자동차제조업연맹은 "관세로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 잠재적으로 미국인 일자리 7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뿐 아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대두(콩)의 절반 이상은 수출된다. 그중 60%가 중국으로 간다. 미시간에서만 한해 7억달러어치의 대두를 생산한다. 미시간농업기업연합 대표 짐 바이럼은 지난 5월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의 올가미가 우리의 목을 점점 죄어온다"며 "미국산 대두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과거처럼 대두를 전 세계로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최대 대두 고객이었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하이오주의 중국 수출액은 39억달러다. 2017년 중국에 6억9100만달러의 대두를 수출했다. 이곳 농산물 중 최대 수출품이다. 델러웨어카운티 농부이자 미국대두농가연합회 이사인 브렛 데이비스는 '콜럼버스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가 생산하는 대두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나라"라며 "관세로 인한 피해를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트럼프발 관세폭탄은 2016년 대선에서 그에게 승리를 안겼던, 그리고 2020년 대선에도 지지층이어야 할 핵심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성공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길 원한다면 플로리다와 미시간, 오하이오주 유권자가 마음을 돌리기 전에 무역전쟁을 끝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춘 "데이터는 트럼프와 다른 얘기를 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17일자에서 "트럼프랜드(Trumpland)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 경제자문인 래리 커들로는 이달 초 '우리가 아닌 중국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레토릭을 넘어 숫자를 분석하면 놀랍게도 다른 현실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긴장을 높이면 높일수록 미 경제가 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춘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신발에서 철강까지 모든 상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 경제에 엄청난 해를 끼치고 있다"며 "자칫 미 경제를 침체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을 벌이면서 미국이 '사중손실'(deadweight loss·자중손실이라고도 함)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실패에 따라 발생하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상실을 의미한다.

뉴욕연방준비은행과 컬럼비아대, 프린스턴대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국내 물가는 부과된 관세에 반응해 가격이 올랐다(내일신문 2019년 5월 29일자 13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왜 부메랑인가' 참조). 트럼프 경제참모들이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로 중국 수출업체들은 대미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 수입업체들은 중국이 아닌 제3국으로 눈을 돌린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인 스티븐 레딩은 이를 두고 "생산업자가 물어야 하지만 결국 소비자들에 전가되는 초과비용으로, 사중손실"이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다기능 액션 카메라를 판매하는 '고프로'는 중국 생산기지를 올해 멕시코로 이전했다. 장남감 제조사인 '해즈브로'는 중국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로 옮겼다. 의류업체 리바이스와 갭, 신발업체 스티브매든 모두 중국산 제품 수입을 줄이고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상품 수입을 늘렸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 기업이 중국 상품을 수입하다 관세를 물면, 미 행정부는 관세 수익을 얻어 경제에 투입한다. 농가 보조금(2018년 120억달러)이나 군인 월급이나 고속도로 유지보수 등에 쓰인다. 하지만 관세가 커질수록 기업들은 중국을 탈출해 다른 나라 상품으로 눈을 돌린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10%, 15%, 20% 값을 올린다. 게다가 미 정부의 관세 수입도 없어진다.

피터슨연구소 이코노미스트인 채드 본은 "미국 기업들은 더 비싸지만 효율성을 떨어지는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의 효율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사중손실 부담은 얼마나 클까. 뉴욕연은에 따르면 미국 모든 가구가 연간 추가로 620달러를 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매기는 관세를 일률적으로 25%로 상향한다면 사중손실 부담은 2배로 커진다. 홍콩 사모펀드 'PAG'의 이코노미스트인 웨이쟌 샨은 "미국 GDP에 미치는 누적 피해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까지 고려하면 2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엄청난 수치다. 지난해 미 경제는 2.9% 성장했다. 올 2분기엔 2.1%로 감소했다. 미 의회예산국은 2020년 GDP 성장률을 1.7%로 내다보고 있다. 그같은 추산이 맞다면 내년 미국의 실질 GDP 성장 규모는 4000억달러를 넘지 않게 된다. 여기에 사중손실로 생길 2000억달러 피해는 미국 경제의 성장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다.

포춘지는 "따라서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1% 이하가 된다. 일자리 창출과 기업 투자, 기업 이익을 모두 감소하게 만든다. 미 경제를 침체로 몰고갈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도 대가를 치른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6.2%로 내다본다. 1990년 이후 최저치다. 2020년엔 6.0%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은 광범위한 카테고리에 전면적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비슷한 비용으로 살 수 있는 미국의 상품만 겨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대두 139억달러 전액에 대해 28%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동일한 가격에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만드는 항공기나 제약품, 자동차 등은 괜찮은 대체재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그같은 수입품에 대해서는 무역전쟁 이전 수준과 비슷하게 관세를 매긴다. 미 제약품과 항공기에 대한 중국의 관세는 3% 이하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상품에 대해선 관세를 낮췄다. 따라서 대부분의 상품 카테고리에서 미국 수출업체들은 이전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는 것은 물론 캐나다나 유럽연합, 일본 등 경쟁업체와 더 극심한 점유율 싸움을 벌여야 한다.

포춘지는 "수치를 세밀하게 분석하면, 다른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며 "미국의 미래가 달린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이기고 있다"고 단언했다.

뉴요커 "트럼프발 경기침체, 현실화할 수도"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지난 15일 트럼프발 경기침체 가능성을 짚어 눈길을 끌었다. 야후파이낸스의 릭 뉴먼은 뉴요커에 "트럼프가 9월부터 발효될 관세를 연말로 연기하면서 그의 약점을 드러냈다"며 "그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부담을 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무역전쟁으로 증시가 부정적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는 바람을 무심코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지렛대로 관세를 활용하면서 생기는 근본적 문제"라며 "무역상대국에게 고통을 주려면 먼저 본인이 먼저 관세(세금)로 해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경제만 해를 입는 건 아니다. 지난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독일 경제는 올 4~6월 3개월 동안 위축됐다. 그리고 7월 중국 산업생산활동은 2002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문제는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독일은 자동차와 기계 등을 중국에 수출한다. 이런 상황은 결국 글로벌 침체 두려움을 배가시킨다.

핌코의 최고투자경영자인 댄 이바신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위험한 게임"이라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동안 관련 나라들이 매일 경제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 재닛 옐런 전 의장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국제무역과 관련한 많은 부정적 효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업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충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옐런 전 의장은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를 피할 정도로 여전히 강하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내가 안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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