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국면 그냥 온 것 아냐"

"천금같은 기회 살려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대남비방에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의 동력을 확보하는데 공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는 한반도의 미래 운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현재 비핵화 국면에 대해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며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며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 간의 노력까지 함께 해야 대화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연합훈련을 구실로 지난달 말부터 며칠 간격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온 북한에 대해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이라 표현하며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나흘 만에 '대화에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노력'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향해 자칫 대화를 가로막을 수 있는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 이후에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할 노릇'이라는 등의 막말을 동원해가며 대남비방의 강도를 높이는 북한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면서도 맞대응은 자제했다.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경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적 과업이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경제는) 남북 간의 의지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포 포기할 수 없는 일이며 북한으로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의 대화국면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라며 "언제 터질지 알 수 없을 만큼 고조되었던 긴장에 대한 우려와 때마침 열리게 된 평창 동계올림픽의 절묘한 활용, 남북미 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이 더해져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남북미 대화국면이 어렵게 마련된 만큼 20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된 이후 북미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반드시 재개되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기대가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때마침 북미실무협상 미국측 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이날 방한할 예정이서 북측과 물밑접촉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대남비방에 대해) 우리로서도 왜 할말이 없겠느냐"며 "다만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잘 활용해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루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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