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500만 그루 나무심기 도전 … 거리에는 그늘목·미세먼지 저감벤치

서울 마포구가 공기청정기 대신 공기청정숲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나선다. 10년간 지역에 500만 그루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와 함께 기록적인 폭염 등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는 도심 열섬 현상에도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19일 500만 그루 나무심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마포구 제공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500만 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추진, 미세먼지와 도심 폭염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세먼지와 폭염, 도심 열섬화로 주민 건강이 악화되고 사회적 약자의 경우 '환경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나무심기가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 한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미세먼지는 35.7g이고 도시숲은 도심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25.6% 낮다. 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녹지공간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은 폭염 사망위험이 18%나 높다.

2027년까지 추진하는 500만 그루 나무심기는 크게 4가지 방향. 우선 주민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지원하는 공동체 나무심기를 진행한다. 골목이나 자투리땅에 덩굴장미 라일락 등 향을 더해주는 꽃나무를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면서 쓰레기 무단투기 등 주민들이 호소하는 생활 속 불편까지 잡는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는 식물을 각 가정에 나눠주는 '각 가정 나무 나누기'를 올해 초 시작했다.

도로변은 한뼘이라도 여유 공간을 찾아내 나무를 심어 보행공간 미세먼지를 최대한 차단할 계획이다. 교통섬과 횡단보도에는 '그늘막' 대신 '그늘목'을 조성한다. 대왕참나무 그늘목은 줄기가 옆으로 넓게 퍼진 형태라 나무 아래쪽에 자연스럽게 그늘이 형성된다. 올 여름 월드컵경기장 사거리와 상암사거리 신촌로터리 등 주요 지역 7곳에 시범으로 설치, 효과를 검증했다.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화분과 벤치 등을 조합해 그늘을 만들고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 '움직이는 숲'을 조성한다.

생활권 녹지는 학교와 철도·하천 주변 등 빈 땅을 활용한다. 특히 미세먼지에 민감한 어린이를 위해 학교 운동장이나 옥상 통학로 주변은 벽면녹화나 띠녹지 등을 집중, '통학로 숲터널'을 만든다.

상암동 하늘초등학교를 시작으로 3곳은 조성을 마쳤고 지난 5일에는 서부교육지원청과 협약을 맺고 지역 내 47개 학교에 '열린 학교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동시에 주민이나 회사 단체 등 민간에서 나무를 심도록 유도한다. 우정사업본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생명의숲국민운동 등과 함께 도시숲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체 사회공헌 활동으로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당인동 서울화력발전소는 시설물 지하화 이후 지상부를 공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이렇게 10년이면 축구장 12개 크기인 95만㎡ 가량 도시숲이 생긴다. '미세먼지 저감 공동주택 인증제' '미세먼지 저감벤치' 등 기존 정책에 도시숲이 더해지면 1년간 낡은 경유차 1만600대가 뿜어내는 정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마포구 설명이다. 15평형 냉방기 400만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유사하게 도심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공동주택 인증제는 벽면녹화나 경로당·어린이집 내 공기정화식물 재배, 친환경 보일러·전자레인지 설치, 전기차 충전시설 확보 등 가운데 3~5종을 시행하는 곳을 구에서 인증해 주는 제도다.

미세먼지 저감벤치는 한쪽에는 녹색식물이, 반대편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것으로 태양광으로 가동하면서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오존가스 등을 자동 정화하는 장치다.

마포구는 지난달부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전수조사해 628곳을 확보했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나무 심을 숨은 땅 찾기'도 진행 중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나무를 심는 건 미래를 심는 것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다"며 "미세먼지 저감, 열섬현상 완화, 보행환경 개선 등 여러 공익적 기능과 함께 전국적으로 도시숲 모범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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