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기반시설 중점관리

"서울시 노후 인프라는 55%에 달합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몰라요. 안전한 곳이 따로 있지 않은 만큼 불안 요소를 먼저 찾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김기대(사진·민주당·성동3)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은 불안을 찾아 다닌다는 말뜻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도시의 주요 기반 시설 상당수가 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서울은 각종 인프라의 노후화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지하 시설 관련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현동 KT 화재, 목동 열수송관 파열, 붉은 수돗물까지 모두 노후 지하시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어디서 어떤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100% 안전한 곳을 찾아 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불안'을 찾아 다녀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숨어 있다고 안전할 수 없는 게 현대 도시인의 운명"이라며 "불안한 곳, 불안한 일을 먼저 찾아 선제적으로 제거·관리하는 게 우리 위원회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도시안전건설위가 지하시설물 통합안전관리 조례를 만든 것도 이같은 문제의식의 일환이다. 서울시 지하시설물의 53%는 가스,·전기·통신·난방 등 시가 아닌 다른 기관 소유다. 각 시설물 관리자가 다르다보니 공동조사·대응체계 마련이 어려울 뿐 아니라 불필요한 중복탐사 등 낭비도 심했다. 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KT, 가스공사 등과 지하시설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차 없이 걸어 다니는 김 의원 생활습관은 불안을 찾아 다니는 그의 업무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 김 의원은 구의원 시절이던 2008년부터 11년째 승용차를 타지 않고 있다. 걸어서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니 어디에 어떤 불안 요소가 숨어 있는지 누구보다 잘 볼 수 있게 됐다.

걷기의 결과는 입법활동으로 이어졌다. 서울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시키는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를 개정했다. 조례 이후 서울시는 미세먼지 피해 발생 시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미세먼지 발생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 배기가스 속 오염원을 잡기 위해 시와 함께 자동차전용도로 주변 유휴부지에 대규모 미세먼지 저감 숲을 조성하는 것도 재난 예방 활동의 하나다.

그는 안전과 시민 편의 개선에는 새 것 만들기보다 기본과 상식의 회복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도상 허점과 공공의 방치 때문에 생긴 문제점들을 찾아 고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년을 끌어온 왕십리 가변차로 폐지가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2003년 청계천 복원 때 차량 소통을 위해 만든 2.2㎞ 가변차로가 지금껏 그대로 있었다"면서 "폐지 후 차량과 보행자 안전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난의 개념을 미세먼지, 폭염으로 확대했듯 대응 방식도 사후 대응에서 사전 관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위험이 상존하는 노후기반시설이 안전하게 유지·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대안 마련과 감시·감독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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