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재개 앞두고 대북압박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를 내년 8월 말까지로 1년 더 연장했다.

자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군 사망사건으로 취했던 북한여행 금지령을 2017년에 처음 발령한 뒤 두 번째 연장이다.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상황에서도 대북 압박을 유지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올린 공고문을 통해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내년 8월 31일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연장 또는 취소하지 않는 한 내년 8월 말까지 유효하다. 이 내용이 게재된 연방 관보는 20일 발행된다.

앞서 미 정부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환한 뒤 숨진 대학생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7년 9월 1일부로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지난해 이 조치를 1년 연장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13일 석방돼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국무부는 북한방문 금지 연장 배경에 대해 "북한으로, 북한 내에서 여행하는 미국 국민의 신체적 안전에 대한 즉각적인 위험을 나타내는 체포와 장기 구금의 심각한 위험이 계속 존재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따라서 국무장관의 관할 하에 특별히 검증되지 않은 북한으로의 여행 또는 북한 내 및 북한을 통한 여행을 위한 모든 미국 여권은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무부의 이날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개인에 대해 친분을 과시하고 호평을 하고 있으나 비핵화협상에선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AP는 "이번 조치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핵 협상을 재개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북미간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결단 없이는 제재완화나 해제는 없다는 메시지를 유지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일반 미국인들의 평양 방문길이 적어도 내년 8월 말까지 1년간 더 막히게 됐으며 허가 없이 북한 을 방문하면 미국여권이 무효화되고 중범죄로 처벌받게 된다.

다만 언론인들과 적십자 등 인도지원 구호요원 등 예외 대상자들은 사전에 국무부로부터 1회 북한 여행에 유효한 특별여권을 발급받으면 방북할 수 있다

2017년 취한 북한여행 금지령으로 한해 1000명 안팎이던 미국인들의 북한여행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미주한인들도 금지령 이전에는 100여명이 북한에서 장기체류하고 있었고 한해에 200~500명이 북한을 방문했지만 지금은 끊겨 있다. 미국인들의 북한여행 금지령은 국무장관이 도중에 취소하고 중지할 수 있어 북미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면 내년 8월 31일 이전이라도 풀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20∼22일 한국을 방문한다.

20일은 한미가 열흘간 일정으로 진행한 연합지휘소 본훈련이 끝나는 날이다.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물밑 접촉이나 전격적인 실무협상 재개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는 대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멈추고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