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17년 16.3%에서 2018년 11.4%로 하락 … 채이배 의원 "피의자 원하면 녹화 의무화해야"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도입된 영상녹화제도 이용률이 지난해 크게 떨어졌다. 2017년 영상녹화비율은 16.3%였으나, 2018년 11.4%로 하락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은 영상녹화비율이 1.7%에 그쳤다.

유명무실해진 영상녹화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원할 경우 녹화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조사때 영상녹화 희망 여부를 확인하는 반면, 검찰은 그렇지 않아 인권보호에서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국민권익위 제공


◆피의자 인권보호위해 2007년 도입 =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6일 펴낸 2018년 예산결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영상녹화는 전체 조사건수 22만7000여건 중 3만7000여건으로 16.3%였다. 하지만 2018년은 전체 21만2000여 조사 중 영상녹화는 2만4000여건으로 11.4%로 4.9%P 하락했다. 도입초기인 2009년 27.3% 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또 지방검찰청별로 영상녹화조사실 이용률 편차도 컸다. 대전지검 공주지청의 경우 영상녹화비율이 42%(총 664건중 279건)인 반면, 대구고검은 2018년 130여건을 조사하며 영상녹화를 단 한건도 실시하지 않았다. 조사건수가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전체 2만853건 중 362건을 녹화해 영상녹화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피의자 영상녹화제도는 검찰의 피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2007년 도입됐다. 경찰과 달리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조서에 담기위한 강압수사 등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영상녹화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영상녹화제도의 이용률이 저조한 데 대해 법무부는 "2018년에는 인권침해 시비 가능성 있는 사건, 진술번복이 우려되는 사건 등 영상녹화의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영상녹화조사를 집중해 실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검찰조사과정에서 실시되는 영상녹화는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나 불합리한 조치를 방지하는 등, 수사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영상녹화 이용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고지 의무화, 검찰은 재량 = 특히 경찰은 피의자 조사시 대상자가 영상녹화 실시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검찰은 그렇지 않아 인권보호측면에서 경찰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경찰청에 피의자 조사시 진술영상녹화제도에 대해 사전고지를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경찰관의 강압수사에 이의를 제기한 민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이 피의자신문 전 진술영상녹화를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이를 이용하지 못해 인권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국민권익위 권고를 수용해 '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기 전 피의자에게 영상녹화 희망여부를 미리 알리고 이를 조서에 기록하도록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은 20일 "수사과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영상녹화제도를 두었는데, 검찰 재량으로 녹화여부를 결정하니 실효성이 없다"며 "검찰이 피의자에게 녹화가 가능하다는 안내와 피의자가 원한다면 녹화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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