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은 에너지전환 촉구 중, 속도도 가속화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사회적합의 중요성 시사

"화석연료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닙니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탈석탄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죠. 탈석탄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하나의 행성(One Planet)'이라고 부르지만, 행동은 국가별로 해야 하죠. 국가 규모나 에너지 전환 속도, 석탄이 해당 국가에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정도, 경제개발 규모를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석탄 관련 업종에 일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노동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당연히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조이스 음수야 UNEP 사무차장 |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사무소 부소장(2017~2018년)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장(2014~2017년) △세계은행협회 중국 사무소 및 동아시아·태평양사무소 조정관(2011~2014년) △국제금융공사 전략책임자(2005~2011년) △세계은행 개발경제부총장(2001~2005년)

21일 서울스퀘어에서 만난 조이스 음수야(Joyce Msuya·50)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차장의 말이다. 그는 "석탄 등 에너지원 전환을 통해 중국 베이징 텐진 허베이 등은 최근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상대적으로 옅게 만들었다"며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건 정책적인 에너지 전환 프레임을 짜고 석탄노동자에게 다른 기술을 익히게 해 다른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이스 음수야 사무차장은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정부가 중장기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훈련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는 4차 산업혁신이나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 속도를 빨라지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과 금융사들도 참여하는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Climate Action Summit)에서 UNEP은 지속가능한 금융을 촉구할 계획이에요. 금융사들에게 석탄발전을 조장하는 사업에 투자를 하는지 묻고, 그렇지 않는 기업들에게 돈을 대출해주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겁니다. 재원 없이는 환경에 대한 행동을 취할 수 없습니다."

조이스 음수야 사무차장은 환경과 재정은 뗄 수 없는 관계라 강조했다. 19~23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 프로그래밍'에서 재무장관과 환경장관들이 함께 모인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행사는 기후변화대응 강화를 위한 것으로, 미얀마 과테말라 마다가스카르 방글라데시 등 많은 개발도상국가의 고위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조이스 음수야 사무차장은 21일 서울스퀘어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과 만나 환경 분야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한 논의도 했다. 2020년 제4차 아·태 환경장관회의는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이스 음수야 사무차장은 '재료를 가져다 만들고 버리는 방식'의 경제 성장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한 기고를 통해 새로운 자원사용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고 지속가능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고안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장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환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환경 개선을 위해) 세금 등을 도입했을 때 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잘 설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발표에 반대하면서 시작돼, 점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된 시위)에서도 우리는 배울 점이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고 부과하면 그 혜택으로 시민들이 무엇을 받을지 궁금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해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교육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시점이죠. 환경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