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협력 약화 우려" … 미국, 적극적 개입 가능성

우리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전격 종료를 결정한데 대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놀란 분위기다. 미국 정부당국자들은 공동안보 전략의 차질을 우려하고 한일 양국이 조기에 이견을 해소하기를 촉구했다. 또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악화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 국방부 데이비드 이스트번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보공유는 이 지역 공동안보 전략에서 핵심 열쇠" 라며 지소미아의 종료에 따른 공동 안보전략의 차질이나 약화를 우려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한국은 함께 협력할 때 모두 더 강하고 더 안전하다"면서 "한일 양국이 함께 협력해 이견을 해소하기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한일 갈등 속에서도 안보협력의 핵심인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전격적인 종료 결정에 다소 당혹감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캐나다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면서 "우리(미국)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면서 "한일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고 이는 미국에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면서 "이는 북한(대응)의 맥락에서 매우 소중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전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들(한일)은 모두 미국의 대단한 파트너이자 친구이고 우리는 그들이 함께 진전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과 전문가들도 지소미아 종료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더 악화돼 한미일 안보협력, 미국의 동북아 공동안보 전략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정보에 대해 한국이 사람을 통해 수집하는 인적 정보들에 강점을 갖고 있고 일본은 위성이나 첨단 장비를 통한 감시정보에 우세했는데 앞으로 직접이 아닌 미국을 통한 간접 공유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고 통번역 과정에서의 오류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는 "무역과 역사적 고충을 둘러싼 미국 동맹국들 사이의 분쟁에서 판돈(stake)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북한에 대한 정보공유를 중시하는 미국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소미아는 2016년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병력 이동 등 민감한 군사정보와 중국, 러시아의 군사팽창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온 직통 채널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소미아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활동에 대한 긴밀한 감시를 위해 미국이 일정 부분 밀어 붙여 2016년 말에 맺어진 협정"이라며 "한국의 결정은 한일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증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 시각은 조금 다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일본이 역사문제(과거사 문제)를 경제보복과 안보문제로 연관시키고 28일로 예정돼 있는 화이트리스트 목록 발표 등에서도 전혀 태도변화가 없이 한국의 양보만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정부로서도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아 지소미아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소미아 종료결정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였지만 일본이 한일관계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갔기에 우리도 대응전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미관계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것은 직접적으로 보면 한일관계이고, 한미관계로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위원은 "다만 일본은 한일관계 문제를 한미관계 문제로 해석함으로써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절충안이 아닌 종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와서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한미일 안보협력도 충분히 복원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