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제 시행전인 가산디지털단지는 '변화없음' … 스포츠·학원 이용액 18% 증가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 이후 대기업이 많은 광화문 지역의 근무시간이 39.2분(605분→565.8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와 정보기술(IT) 대기업이 많은 판교는 각각 9.9분(626.3분→616.4분), 9.7분(550.3분→540.6분) 줄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지 않는 중소기업이 모여있는 가산디지털단지는 근무시간이 0.6분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케이티(KT)와 비씨(BC)카드에 의뢰해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여의도·판교·가산디지털단지 등 4개 지역에서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 근무시간, 출퇴근 시간, 여가활동 업종 매출액 변화를 분석,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주 52시간제는 지난해 7월부터 노동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근무시간 분석은 주 52시간제 시행 전인 2018년 3~5월과 시행 후인 2019년 3~5월을 비교했다.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달에 10일 이상 동일 기지국에서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전화 이용자를 의미한다.

연령별 근무시간을 보면 전 연령대에서 10분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근무시간이 가장 길었던 40대가 15.8분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어 30대(14.1분), 20대(11.8분), 50대(10.2분) 순이었다.

4개 지역 모두 퇴근시간이 당겨지는 경향을 보였고 출근시간은 업종 특성이나 주 52시간 시행 여부 등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광화문·여의도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출근시간은 늦어지고 퇴근시간은 빨라지는 유형을 보였다. 판교와 가산디지털 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모두 당겨졌다.

고용부는 서울지역의 여가·문화·자기계발 업종의 카드매출 이용액 변화 조사결과도 공개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전인 2017년 8월∼2018년 5월과 시행 후인 2018년 8월∼2019년 5월 BC카드 이용액을 비교했다.

이 기간 전체 업종의 이용액은 9.2% 증가한 반면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의 경우 주 52시간 시행 이전에 비해 시행 이후 이용액이 평균 18.3% 늘어났다.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은 △영화·공연 △스포츠 레저(볼링장, 헬스클럽, 수영장 등) △여행 △학원(외국어, 예체능 등) △골프 업종으로 오프라인 매출 기준이다.

광화문을 비롯한 4개 지역의 카드 이용액은 스포츠 레저·학원·여행 업종 등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스포츠 레저 업종의 소비 증가세가 뚜렷했다.

광화문은 여행 업종(56.5%), 스포츠 레저 업종(25%) 순으로 증가했고 여의도는 스포츠 레저 업종(103.5%), 학원 업종(66.6%) 순으로 늘었다. 판교는 골프 업종(93.8%), 스포츠 레저 업종(29.5%) 순으로, 가산디지털단지는 학원 업종(84%), 여행 업종(21.8%)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회식 등이 줄면서 직장 인근의 유흥업종(일반·유흥주점, 노래방 등) 소비는 하락하는 추세였다. 감소폭은 판교(18.4%)와 광화문(9.3%)이 컸다.

기업의 저녁급식(위탁급식) 매출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위탁 급식 업종 이용액은 여의도 지역이 64.8% 급감했고 광화문(11%), 판교(10.5%) 순으로 감소했다. 고용부는 야간근무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지 않는 중소기업이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30.7% 증가했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이후 직장인의 근무시간 감소 경향과 퇴근시간이 빨라지는 행동변화가 유의미하게 관찰됐다"며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여유시간을 여가와 자기계발 등을 위해 사용하는 등 생활변화가 소비행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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