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이어 보훈처 탄력적용 검토 등 밝혀

시행령 개정도 추진방침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한 보훈처의 '공상'(公傷) 판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10월초 이 사안을 재심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8일 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하 중사가 공상군경 의결에 대한 이의신청(9월4일)을 접수했고, 이를 30일 이내에 처리토록 돼 있는 만큼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재심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말 전역한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전역식 기념 사진. 사진 육군본부 제공


보훈처에 따르면 재심의를 통해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보훈처는 이번 논란이 현재 국방부의 군인사법 시행령과 보훈처의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있는 공상과 전상의 일부 차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향후 시행령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 예비역 중사는 지난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부상 이후 하 중사는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1월 31일 전역했다.

전역 당시 육군은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전상판정을 내렸다.

육군과 달리 보훈처의 독립심사기구인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회의에서 하 중사에 대해 공상판정을 내리고, 같은 달 23일 이를 하 중사에게도 알렸다.

육군은 '전상'(戰傷)판정을 내렸지만 보훈심사위가 '공상'(公傷) 판정을 내리자 하 중사는 이의신청을 했고 청와대 게시판에도 관련 내용을 올리는 등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다리 잃고 남은 거는 명예뿐인데 명예마저 빼앗아 가지 말아 달라", "끝까지 책임지시겠다고들 했는데 왜 저희를 두 번 죽이느냐"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군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과거 천안함 폭침사건의 부상 장병에 대해 전상 판정이 내려졌던 것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상'은 적과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를 뜻하는 반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의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보훈처는 하 중사에 대한 공상 판정에 대해 내외부 법률전문가 등이 위원(11명)으로 참여해 국가유공자법에 규정된 심사기준 및 절차에 따라 심도 있는 논의과정을 거쳤으며, 과거 유사한 지뢰폭발 사고관련 사례 역시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판정에 대해 하 중사가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 진영 등에서 보훈처의 판정을 북한 눈치보기 등으로 몰아가며 정치쟁점으로 비화하자 보훈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과정에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는게 좋겠다"고 말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보훈처가 18일 신속하게 재심의 방침과 시행령 개정 추진 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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