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노력해야 기술자립 실현"

일본이 7월초 기습적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3개 품목 중 2개는 반도체 소재다.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전 공정의 식각·노광공정에서 없어선 안될 제품이다.

일본은 수출규제 한방으로 국내 반도체산업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카드를 골라 한국의 목을 죌 속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기대는 보기 좋게 엇나갔다.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국내 수입업체들은 국내공장 증설, 중국·대만산 제품 대체재 확보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대체재 품질 여부가 수익성에 영향을 주겠지만 급한 불은 확실히 껐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산업연구원 조사결과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율은 2005년 37.3%에서 2015년 29.4%로 오히려 7.9%p 하락했다.

반도체장비의 해외의존도 특히 일본의존도는 더 심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적자 총액이 240억7600만달러였는데 이중 반도체 장비분야에서만 57억8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3.9%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대일본 무역적자상위 10개 품목 중 5개가 반도체 장비소재부품이기도 하다.

2018년 '우리나라의 대일본 품목별 무역적자'를 살펴보면 반도체 제조용장비가 50억81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프로세스와 콘트롤러(16억5000만달러), 개별소자반도체(9억6800만달러), 실리콘웨이퍼(7억9400만달러), 반도체제조용장비부품(6억8000만달러) 등이다.

포토레지스트 베이커(baker), 습식각기의 일본산 수입비중은 각각 98.8%, 93.0%로 나타났다. 재료를 가열하거나 용해할 목적으로 일정한 공간을 둘러싸고 가열체를 장치한 퍼니스(Furnace, 爐)의 일본비중은 95.2%, 반도체 및 TFT-LCD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 등을 제조하는데 필수 구성요소인 포토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 블랭크마스크의 일본비중은 83.5%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마련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단기 20+중장기 80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했다. 이중 반도체 분야는 단기 5+장기 8 등 13개 품목이 포함됐다.

또 산업부가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공동 생산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931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인 일본제품이 309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품목은 50개가 안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은 시장규모가 작아도 오랜기간 기술축적을 통해 독자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품목이 많다"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술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범용제품 위주로 성장해왔다"고 진단했다.

실례로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라는 반도체 장비회사는 포토레지스트 베이커(baker)와 식각기 분야에서 세계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한 3개 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 소재이고, 포토레지스트baker는 포토레지스트에 열을 가해 굳게 만드는 장비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중국산 희토류 대체를 위해 긴시간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자립화에 성공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권에 상관없이 꾸준히 10년은 노력해야 완전한 기술자립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어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품목만 육성해선 안된다"면서 "기술축적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부가가치이자 핵심 품목에 대해선 자립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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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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