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혁 의원, 진상규명 특별법 발의 … 복장 불량 이유로 아동들 강제수용

“단체기합을 많이 주는데 조개껍질같은 거 많이 깔아놓고 거기다 대가리 박고 일어나면 머리에 막 박혀요.”(이대준)

“추운데 양말도 없이 고무신 하나 신고 바람도 엄청 차가워요. 그 넓은 보리밭을 어린애들이 매야 하죠. 허구한 날 일하고 빠따 맞고 하니까 집에 간다는 건 이미 꿈이 깬 거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덜 맞을까. 이런 생각에 급급했어요.”(한일영)
선감학원 기록사진.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4600여명의 소년들이 강제수용돼 인권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다. 이날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감학원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발제를 맡은 하금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은 선감학원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 연구원은 “선감학원의 구체적인 운영상을 보여주는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면서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이 주로 수용되었던 시기인 60~70년대의 선감학원 운영을 입증해 줄 자료는 전무하고 생존자가 자신의 원아대장을 경기도에 요청해 떼 볼 수 있는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선감학원 사건의 책임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가해자의 얼굴’을 드러내는 일도 중요하다고 봤다.

선감학원 기록사진.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하 연구원은 “선감학원은 핵심적인 가해자의 신상이 드러난 바가 거의 없다”면서 “선감학원 원장을 경기도에서 임명한 공무원에 불과하기에 형제복지원의 박인근과 같은 정도의 책임을 요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원장들의 구체적 행적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문헌상으로 확인가능한 선감학원 원장은 해방 직후 잠시 원장직에 재직한 백근칠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소년원 사감 경력을 바탕으로 선감학원 원장을 지냈고, 1955년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입양기관인 대한양연회장 등 입양관계기관에 종사했다.

이어 그는 “정부 기관은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해 책임자 조사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경기도 안산 선감도에 세운 소년수용소다. 해방 이후에는 경기도가 운영했는데 1955년부터 1982년까지 국가 부랑아 정책에 따라 다수의 아동들을 강제 수용했다.

경기도기록관에 따르면 선감학원에 입소했다가 퇴소한 아동은 4691명으로 이 중 40.9%가 8~13세였다. 복장이 남루하거나 행동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선감학원에 강제 수용된 아동들은 염전, 농사, 축산, 양잠, 석화 양식 등 노역에 동원됐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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