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 커

기업심리 위축, 투자수요 줄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2.0~2.25%에서 1.75~2.0%로 0.25%P 내렸습니다. 7월말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오피니언 에디터 로버트 버제스는 지난 11일 “금리인하의 궁극적 목표가 대출 수요를 높여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현재까진 실패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준이 2.00~2.25%로 금리를 낮춘 이후 미국 기업들의 신용 수요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게 논거입니다. 연준이 875곳의 미국 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미국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상공업 기업 대출액은 총액으로는 2조3600억달러로, 전달 대비 101억달러(0.43%)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월 평균 증가율 0.34%보다는 높았지만 지난해 월 평균 0.74% 증가에 비하면 크게 낮았습니다. 신용 여수신 문턱이 높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연준이 최근 각 은행 대출담당자를 설문조사한 분기 자료에 따르면 소·중·대기업 대출 기준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했습니다. 그리고 지자체나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누구 하나 신용조달 비용(금리)이 비싸다거나 대출 문턱이 높다는 답변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신용 수요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투자 계획을 묻는 설문에 응답기업의 12%가 ‘투자하겠다’, 21%가 ‘안한다’ 였고, 24%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NFIB의 또 다른 설문 문항에서 응답자의 43%는 ‘향후 1년 동안 돈을 빌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지난주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습니다. 투자등급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으로 750달러를 조달했습니다. 1972년 이래 주간 발행액으로는 최고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의 자본조달 이유는 설비투자가 아니라 빚을 갚는 차환이었습니다.

기업들이 빚을 지는 데 주저하는 건 당연하다는 지적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미래를 내다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는 투자나 지출을 보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겠지요.

연준은 지난주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올해 상반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8%p 낮췄습니다. 연준은 “올해 5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경제성장 둔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준이 너무 늦게 움직였다. 더 빨리 더 과감하게 기준금리를 낮췄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버제스 에디터는 “그같은 비판이 역사적으로 유효한지를 떠나 연준이 현재 헛심을 쓰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통화정책만으로 수요를 늘리기엔 한계가 크다는 겁니다. 버제스는 “결국 경제확장을 지속하려면 정부의 재정부양책이 절실한데,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연준은 시장의 기대에 따라 올해말까지 2~3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까지 강제하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먹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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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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