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으로 선발하고 무료교육, 훈련수당·교통비 지급 … 지역 산업구조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

최근 정부가 2022년부터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제2의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55~64세) 인구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연령'은 2006년 평균 50.3세에서 2017년 49.1세로 낮아졌다. 2016~2017년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됐지만 실질적 은퇴연령은 더 빨라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정년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공공부문과 달리 민간 기업들은 경영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을 겪기 때문이다. 불황기에는 인력감축이 이뤄지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거나 생산성이 떨어진 인력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실시한다.

폴리택대학은 은퇴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통한 자격증 취득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중장년재취업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성남캠퍼스-교육생 이정균씨의 실습과정. 사진 폴리텍대학 제공

◆중·장년재취업과정 인기 = 현실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재취업을 위한 시스템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조기에 은퇴한 이들에게 재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시스템 중 하나가 성남캠퍼스를 비롯해 폴리텍대학이 운영하는 '중장년재취업과정'이다.

중장년재취업과정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통한 자격증 취득과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은 만 40~65세의 고용보험미가입자(실업상태), 전직예정자, 영세사업자 등이다. 성남캠퍼스는 냉난방시스템, 자동화설치유지보수, 전기내선공사 등의 과정을 운영한다.

이영화 성남캠퍼스 학장은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지원하는 과정이라 지역 산업구조를 고려해 이들에게 가장 유리한 분야를 개설한 것"이라면서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자격증 취득이 쉽고 인력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 아직 계획 단계지만 ICT(인터넷컴퓨터기술)와 접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상대적으로 젊은 구직자들을 조금 더 전문 직종으로 연결해주는 통로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남캠퍼스 전기내선공사 과정의 경우 높은 취업률과 유지취업률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기이론과 함께 전기설비시공, 유지관리 등 실무 적용실습으로 구성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은 약 3개월, 360시간 진행하는데 70% 가량을 실습으로 진행한다. 교육과정을 마친 교육생들의 경우 전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전기산업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교육생의 80% 이상이 기능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다. 수료 후에는 전기공사, 정기·승가기 안전관리, 전기설비 유지관리 등의 분야로 취업하는데 지난해 취업률은 56.9%를 기록했다.

◆지역 기업 재취업자 수요부터 조사 = 이런 성과는 무엇보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마련한 교육과정과 교수·학생의 열성이 바탕이 됐다.

과정 운영 책임자인 이효섭 스마트전기과 학과장은 "성남 수원 등 경기지역 기업체의 재취업자에 대한 수요 조사를 통해 전기시설관리업체, 전기공사업체, 전기제어기판매업체 등을 타깃으로 정했다"면서 "특히 전기 분야는 일정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가져야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고 최근 고층빌딩 등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교육생들의 나이가 많다보니 공부습관이 부족하고 기억력도 떨어진데다 실습중심으로 단기간에 집중교육에 따른 체력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직업을 가지려 하는 의지가 강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전기내선공사 과정은 면접 100%로 신입생을 선발하며 전공불문이다. 특히 교육비는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고 매달 일정액의 훈련수당과 교통비를 지급한다.

이정균씨(55세)의 경우 실직 전에 국내 시중은행 자회사에서 전자금융·인터넷뱅킹 프로그램 개발 및 프로젝트 관리자(PM)로 근무했다. 고액연봉자였던 그는 올 초 퇴직 후 전기분야가 재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성남캠퍼스에 입학했다.

이씨는 "자치단체를 통해 폴리텍대학에 중장년재취업과정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면서 "전기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대형 빌딩 관리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시절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땄는데 대기업에 다니다보니 귀중함을 몰랐는데 나를 표현해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자격증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면서 "폴리텍대학은 자격증, 특히 중장년 재취업자에게 유리한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는 실습교육과 장비를 가장 갖춘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물론 가족들도 만족해 한다. 이씨는 "실직 이후 퇴직 이후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목표를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한다는 점에 가족들도 좋아한다"면서 "취직문제로 고심하는 조카와 퇴직을 앞든 친구와 후배들에게 폴리텍대학 진학과 재취업과정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학위과정 취업률 79.4% = 서울지하철 8호선 산성역 인근에 위치한 성남캠퍼스는 △컴퓨터응용기계 △금형디자인 △자동화시스템 △스마트시스템제어 △스마트전기 △전자정보통신 △신소재응용 등의 2년제 학위과정(다기능기술자과정)을 운영한다.

또 △생명정보시스템(바이오제약) △자동화시스템(ICT응용제어) 등의 하이테크 과정과 일반계고 위탁과정인 전자정보통신(드론제작운영) 학과를 운영한다.

2018년 졸업자 기준 현재 2년제 학위과정의 취업률은 79.4%(312/393명)이며 유지취업률은 91.3%에 달한다. 유지취업률은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취업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 조사한 취업률이다.

하이테크 과정은 취업률 82.1%에 95.7%의 유지취업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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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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