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투자 이재용에 ‘감사’

재벌위주 정책회귀 우려도

악수하는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친대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제정책방향의 변화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경기악화와 ‘조국 사태’ 등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과거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전국경제투어’ 11번째 일정의 하나로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은 올들어 부쩍 늘었다. 문 대통령이 올 들어 찾은 기업 13곳 중 대기업은 9곳에 달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것도 올 들어서만 7번째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공여와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과의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함께해 주신 기업인,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 부회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주52시간 근무제의) 50인 이상 사업장 확대시행에 대해 경제계 우려가 크다”며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4일 청와대가 긴급하게 마련한 문 대통령과 경제4단체장 간담회에서 제기된 재계의 주52시간 근무제 확대시행에 따른 보완책 마련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대기업·수출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을 강조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앞세웠던 정권 초기 경제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최근 경기가 악화되고 조국사태까지 겹치며 지지도가 급락하자 단기성과를 내기 위해 대기업 의존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행사는 대기업의 투자와 함께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약속하는 자리였다”며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중요시하는 정책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몇 차례 만났지만 대법원 판결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지 않았느냐”며 “재판과 경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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