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파이낸스 3년물

회사채 시장 열기 고조

일본에서 금리가 0%인 회사채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경우 오히려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일본의 금융시장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갈 곳 없는 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올해 일본의 회사채 발행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도요타파이낸스는 이달 25일 이자율이 0%인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가나 공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서 이자율이 0%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도요타파이낸스가 발행하는 회사채는 3년짜리로 200억엔(2200억원)에 달한다. 발행금리는 연 0.001%이다. 하지만 액면 100엔당 3년간 100엔3린(1린은 1엔의 1/1000)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3년간 금리부담은 사실상 0이 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에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3년간 실질 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데도 자산운용사와 은행 등에서 발행액의 2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로금리 회사채에도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일본의 초저금리 상황이 배경이다. 실제로 일본 국채 10년물의 최근 1년간 평균 이자율은 마이너스 0.2% 수준이다. 일반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의 금리도 일부는 마이너스 0.1% 수준이다. 돈을 빌려주고 사실상 수수료를 내는 셈이다.

한편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일본의 회사채 시장도 조만간 마이너스 금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투자기관인 일본학생지원기구는 최근 2년물 채권을 마이너스 0.0005%로 발행해, 공기업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시대로 접어들었다.

회사채 발행실적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하루 동안 1조3000억엔(14조3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발행됐다. 이 날은 소프트뱅크와 일본제철, 미쓰이부동산 등 대기업들이 가세해 후순위채권과 환경 관련 채권까지 나오면서 회사채 발행의 역사적인 날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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