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차고지에 공공주택 공급 … "재건축 완화 등 수요 대응 필요" 주장도

서울시가 공공주택 공급에 올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서울시가 장기 대책인 공공주택 공급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주택 시장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가 11일 송파구 장지동 및 강동구 강일동 버스공영차고지 부지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상의 절반은 공원으로 만들고 기존 차고지는 지하 또는 건물 안으로 들여 소음·매연을 차단하고 총 1800호 주택을 새로 공급하는 계획이다. 청년 1인가구를 위해 공급 물량의 70%는 20㎡형(5평)으로, 나머지 30%는 신혼부부용(39㎡·12평)으로 짓는다.

서울시가 송파구 장지동과 강동구 강일동 버스공영 차고지에 공공주택 1800호를 공급한다. 강일동 차고지 투시도 서울시 제공


시는 최근 새로운 방식의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북부간선도로 상부에 인공대지를 만들어 공공주택 1000호와 생활SOC를 확충하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사업을 비롯해 경의선숲길 끝 교통섬과 증산빗물펌프장에 총 5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맞춤형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이날 "취임 후 7년간 재고량 기준으로 총 14만호 공공주택을 공급했다"며 "공공주택 비율을 OECD 평균보다 높은 10% 이상으로 높여 청년과 서민의 주거안전망을 확고히 하고 장차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공급량을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주택 확대의 긍정 효과에 한결같이 동의한다. 문제는 효과를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당장 급등하는 서울 집값에 영향을 끼치려면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인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쓸 수 있는 단기 처방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주택정책 우선순위를 주거취약층의 안전망 확보로 놓고 지속적인 공공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외 영역은 대부분 정부(국토부) 소관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은 "정비사업 규제를 풀라거나 재건축 활성화에 나서라는 말도 있지만 서가 단독으로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 아니다"면서 "저금리 등으로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이 주택에 쏠리는 게 근본원인"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를 풀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기부채납 방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묶어만 놓을 것이 아니라 활성화를 통해 공급도 부분적으로 확대하면서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주택 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기부채납에는 주택 뿐 아니라 녹지·공원 등도 포함된다"며 "재건축 단지 주민·조합과 소통을 통해 주거 질도 높이고 일반 공급은 물론 공공주택 물량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서울시의 짜투리 부지를 활료한 공공주택 확보와 자족기능 병행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공공주택이 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려면 살만한 집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적정임대료 책정, 차고지나 도로 위 주택 등의 소음·매연 문제 등이 거주자 눈높이에 맞게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속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까지 올리는 데 어느만큼 시간이 걸리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박 전문위원은 "재원 마련, 부지 확보 등이 쉽지 않고 주민 반발도 극복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며 "땅값 부담없이 공사를 추진할 수 있는 창의적 방식 등을 적극 발굴해 공공주택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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