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 지음 / 서해문집 / 3만원

좌파-우파라는 표현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들어선 첫 의회에서 혁명을 더욱 밀고 나가자는 의원들은 주로 의장석 왼쪽에 앉고 혁명은 이만하면 됐다는 이들은 오른쪽에 앉았던 데서 시작했다. 어원대로라면 좌파정당은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항상'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는 정당이다.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혁명에서 좌파의 길을 역사를 통해 명확히 보여줬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2001년 강령'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갈등에서 사회민주당은 항상 노동의 이익을 대변한다. 사회민주당은 반자본주의 정당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 것이다"고 했다.

진보신당 부대표,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저자 장석준은 좌파정당이 리버럴(자유주의) 정당과 다른 점을 짚어냈다. 리버럴정당은 결정적인 순간에 민주주의가 아닌 자본주의의 손을 들어줬다. 20세기말을 신보수주의가 아닌 신자유주의라 부르는 이유다.

이 책은 1860~1870년대 비스마르크 정권의 '사회주의자 탄압법'을 피해 독일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선술집에 나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다채로운 이념적 형식적 스펙스럼이 등장한다. 비슷해 보이는 노선이지만 선택은 달랐고 결과도 달랐다.

1부에는 1차 세계대전 이전 1세대 진보정당들의 태동과 노선투쟁이 전개된다. 1·2차 세계대전기를 다룬 2부엔 유럽 좌파정당들의 반파시즘 연합전선,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몰락한 미국의 정당진보사, 현대적 복지국가의 전범을 이룩한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의 집권 이야기가 이어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와 신자유주의 공습에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칠레 아옌데 인민연합정부의 최후, 일본 사회당과 영국 노동당의 맹점은 3부에 들어갔다.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아온 브리질 노동자당의 성공신화와 몰락, 남유럽의 신생좌파인 스페인 포데모스를 담은 4부는 한국 진보정당의 반면교사의 대상이면서 전범으로 읽힌다.

장석준은 '진행 중인, 그리고 끝날 수 없는 역사의 중간정리'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이론 찾기에 전념한다. 그는 "진보정당운동은 더는 '개혁 대 혁명'식의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생존과 관리를 넘어 진화가 아닌 전환을 주문했다. "청년세대가 중심이 된 최근의 정치적 격변"을 제시하며 공통의 지향과 가치가 '자치' 즉 '자율성'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그러고는 "과거 어떤 세대에도 없었던, 세상의 틀을 다시 짜려는 참여와 자치 선호경향"에 주목하며 "자율적인 단위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진보적 대중연합인 좌파블록을 통해 "앞으로는 하나의 거대 좌파정당이 아니라 여러 좌파정당으로 이뤄진 좌파블록이 집권 주체가 될 것"이라며 "복수 좌파 정치세력들만의 연합이 아닌 다양한 대중운동들의 연합"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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