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학 교수 "압수수색 영장은 경찰 청구 가능해야" … 검찰, 특별감찰반원 휴대폰 영장 신청 또 기각

"검사는 영장청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며 자신들이 들여다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고 원치 않는 것은 기각할 수 있다. 검찰이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에 놓일 수 있는 것도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영장을 직접 청구하면 영장청구가 남발될 것이라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영장은 법원 심사를 통해서 발부되기 때문이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영장청구권 독점이 검사비리를 은폐하는 가장 큰 방패"라며 "초동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은 경찰이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 촉구하는 물결│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제14차 검찰개혁·공수처 설치·내란음모 계엄령 문건 특검 촉구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가 적힌 피켓과 풍선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검찰권 남용해 '제식구 감싸기' = 헌법은 영장 청구권자로 '검사'만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검사에게 영장 청구를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위법한 경찰 수사를 통제한다는 것이 검사에게만 영장 독점청구권을 부여한 목적이다. 그러나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경찰이 전·현직 검찰관계자를 수사하면 검찰은 영장청구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경찰수사를 무력화해 제식구를 감싼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일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11월 경찰이 '조희팔 측근 강태용으로부터 2억 7000만원 등을 수수한 혐의'로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자 검사가 불청구하고 바로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등 경찰사건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일었다.

2013년 6월 경찰이 건설업자 윤 모씨가 수도권 인근 별장에서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 등 불법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유력 피의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하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2016년 5월에는 '게임업체 대표가 회사공금을 횡령 후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입금된 혐의'를 확인한 경찰이 압수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2회 불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내 동일사건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중단·송치지휘'해 사건 가로채기 및 셀프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20년 이상 검찰에 근무한 한 검찰 수사관은 9일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무소불위 검찰권력 중심축 중의 하나"라며 "지금까지 검찰 자신의 부패 또는 그들이 비호하는 세력 부패가 드러나는 것을 막아온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검사가 연수원 동기나 민원 등 각종 청탁을 받아서 경찰 영장신청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 윗선에서 결재권을 사용해 반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위 검사가 결재권을 사용해 영장을 반려하는 경우는 담당 검사를 불러서 하든가 쪽지를 보내는 방법 등 은밀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귀뜸했다.

◆일본, 경찰도 압수수색 영장청구 가능 = 서 교수는 일본처럼 경찰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체포영장(체포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경찰이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반면 구속영장(구류장)은 검사만 청구가 가능하다.

서 교수는 "최소한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은 초동 수사때 증거확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경찰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수사관은 검사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도 일반 국민처럼 체포되거나 압수수색 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면, 검사의 위법행위나 비리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의 중요 증거인 핸드폰을 놓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이 지난 1일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A씨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이 다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7일 경찰이 6일 재신청한 A수사관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최초 영장 기각 이후 압수수색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 변경이 없다"는 것이 검찰 영장 불청구 사유였다. 검찰은 5일에는 "해당 휴대폰은 선거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 사망경위 규명을 위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압수돼 검찰이 조사중에 있다"며 경찰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강일구 총경은 5일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검찰이 지난 1일 숨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핵심 인물인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A씨 휴대폰을 경찰로부터 압수한 것에 대해 "경찰이 접근하면 안되는 무언가 때문에 후다닥 뺏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성열 방국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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