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보험 정책협의체

요율 가이드라인 미제시

11일 열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협의체)에서 '2019년 공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케어) 시행에 따른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이 0.6%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실손보험금 감소효과가 6.15%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협의체는 0.6%라는 수치에 대해서도 자료 표집 시점 등의 이유로 정확하게 산출된 수치가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날 회의 후 낸 자료에서 "자료 표집 시점과 정책 시행 시점의 괴리가 확대됐으며 1차 반사이익 산출 이후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항목의 표집 건수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면서 급여화 효과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추산 결과를 2020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조정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9월 발표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2017년 9월 협의체가 발족될 당시 협의체의 주요 목적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데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에는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효과가 6.15%로 추산됐다면서 다음해 실손 보험료를 조정할 때 이를 반영하도록 한 바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협의체에서 요율 조정 가이드라인을 밝혀주기를 기대했던 업계는 이날 발표 내용에 난감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실손보험에 새로운 요율을 반영하려면 시간이 촉박한데 요율 관련 가이드라인이 전혀 나오지 않아 당혹스럽다"면서 "보험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요율 조정 논의가 빨리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이 129.1%까지 올라 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급등한 손해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20%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과도한 인상안을 수용하기 어렵고 사업비 절감 등의 자구노력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20%까지 인상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날 협의체는 공·사 의료보험 상호작용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총 4999만5000명을 대상으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건강보험 급여 이용량을 미가입자와 비교한 결과 60세 미만 기준으로 실손 가입자의 연간 외래 내원 일수와 입원 빈도가 미가입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입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입 직후부터 의료 이용량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본인부담률이 낮은 실손 가입자일수록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국은 실손가입자의 과잉진료가 확인된 만큼 내년 중 실손의료보험의 구조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손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손보험의 보장구조와 자기 부담률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고 덜 이용하는 사람은 덜 내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판매 중인 저렴한 신실손의료보험을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전환 절차 및 요건을 간소화하고 소비자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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