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자치경찰법 등

"국회 직무유기" 비난 거세

"국회가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지자체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기나 할까요? 안다면 지금처럼 관련 법안을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발목을 잡지는 않을 텐데요." 자치분권 관련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국회에 대한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푸념이다.

국회가 지방자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로 넘어간 주요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 국회 일정이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 때문이다. 내년 1~2월 임시국회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벌써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의 불안감은 20대 국회의 남은 일정 때문에 더 커진다. 실제 국회가 자치분권 관련 법안을 다룰 수 있는 시기는 내년 1~2월 있을 임시국회 정도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계속 대치 국민으로 치닫는다면 이마저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가장 절박한 법안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1988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30년 만에 제출된 전부개정안인 만큼 기대가 높다.

이 법안은 우선 주민참여권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주민소환이나 주민투표 청구 요건이 획기적으로 완화된다. 지자체 자치권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시·도 부단체장을 1~2명 증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사권 독립, 전문보좌인력 채용 등을 통해 지방의회의 자율성도 대폭 개선된다. 특례시 지정에 관한 사항도 이 법안에 포함돼 있다. 기존 조합 형태를 뛰어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이 법안에는 2018년 3월에 발의한 정부개헌안에서 강조되었던 자치분권의 정신과 방향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내놓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중요한 과정에 들어있다. 특히 특례시 지정이나 주민자치 관련 조항 몇 개를 빼면 특별한 쟁점도 없다. 정부나 지방 4대 협의체도 원안을 고집하지 않는다. 사전 협의를 거쳐 만든 법안이라 양보하고 싶진 않지만 법안의 국회통과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부터 논의되던 이 법안은 이제 겨우 국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상임위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자치단체장은 "20대 국회에서 마무리돼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 관련 법안도 국회가 미적거리는 대표 법안이다.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일부지역에서 시범 실시할 계획이지만 국회는 이 역시 외면하고 있다. 재정분권 관련 법안도 처지는 비슷하다. 지방교부세 인상이나 지방소비세율 인상 같이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 4대 협의체는 20대 국회에 지방분권 관련 법안 통과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1년 활동 중 가장 큰 비중을 둔 일은 국회에 지방분권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것이었다"며 "20대 국회는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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