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찰, 11곳에서 58건 적발

예정된 대형 공사 많아 … 대책 시급

지하터널 건설공사장 안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저류시설 공사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지하 공사장 안전이 주요 안전 과제로 떠올랐다. 더구나 서울시가 추진 중이거나 예정된 대형 지하 공사 현장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체계적 안전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시가 발주한 지하터널 건설공사장 11곳에 대한 특별 안전감찰을 실시, 58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건설기계전문가,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등이 지하터널 공사장을 찾아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시가 특별 감찰에 나선 것은 지난해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저류시설 공사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지하터널 공사장 안전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당시 지하 배수터널에 들어간 인부 3명이 작업 중 폭우로 상류 쪽 수문이 자동개방되면서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목숨을 잃었다.

시 감찰결과, 발주부서 및 공사관계자들이 해당 개선대책을 숙지하고 있지 못하거나 대책에 따라 이행하지 않는 등 안전사고 예방 노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시공 및 근로자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곳들이 우선 적발됐다. 작업발판, 안전난간, 보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중인 현장들이다. 공사장 구조물 안전을 위해 시공하는 앵커 설비가 설계각도와 다르게 시공된 곳도 적발됐다.

건설자재 안전이 문제가 된 곳도 있다. 건설 현장 구조물을 지탱할 H빔 등 강재를 인증된 제품이 아닌 것은 물론 타 현장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다 재사용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공사비도 샜다. 재사용 강재를 사용하면서 공사비 7500만원이 과다지급되기도 했다.


현장 점검 소홀도 나타났다. 한 현장은 토목시공 등 4개 분야 기술지원기술자들이 의무 점검 횟수를 지키지 않았다. 4개 분야 공정당 월 1회, 최소 4회의 현장점검을 해야했지만 한 두차례에 그쳤다.

1건에 그쳤지만 모범사례도 있었다. 신림~봉천터널(1공구) 도로건설공사장은 '안면인식 및 환경정보 시스템'을 적용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지하터널 안에 비인가 작업자가 출입하는 것을 막고 재난발생 시 잔여 인력에 대한 관리. 산소 등 유해가스 실시간 측정 등으로 위험 상황 이 발생하면 경고음이 나도록 설계했다.

시 관계자는 "적발된 사항 중 54건은 소관부서·기관을 통해 즉시 보강토록 현장 조치했고 안전관리 소홀 및 부실시공은 주의 또는 벌점을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 했다"고 밝혔다.

지하 공사장 안전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대규모 지하 공사가 다수 진행되거나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제물포터널, 서부간선 지하도로 등은 각각 내년, 내후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들어가는 돈만 1조원, 총 길이 10㎞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터널 길이가 워낙 긴 탓에 환풍구 대신 미세먼지 제거설비와 위해가스 정화장치가 들어간다. 이슈는 설비지만 공사장 안전 문제, 특히 유해 공기로 인한 작업자 안전 문제가 대두된다. 이밖에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건설도 초대형 지하 공사가 예정된 현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도기기반시설본부 20곳, 서울주택도시공사 2곳 등 22곳이다. 서남물재생센터·탄천물재생센터 공사, 신림선 도시철도 및 경전철 공사, 8호선 별내선·5호선 하남선 연장 등이 주요 공사로 꼽힌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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