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전역심사위서 "복무불가" … 변희수 하사 "성정체성 떠나 나라 지키고 싶다"

남성으로 입대했지만 복무 중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계속 (여군) 복무를 희망했던 육군 부사관에 대한 강제 전역 결정이 내려졌다.

육군은 22일 변희수(22) 하사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심사위의 결정에 따라 변 하사는 23일 0시부터 민간인이 됐다.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눈물의 경례' |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전역심사위는 "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나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군 이래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계속 복무를 희망한 경우는 변 하사가 처음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지만 결국 전역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결정에 앞서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지 말 것을 군에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역심사위원회 개최 연기를 권고했지만 전역심사위는 예정대로 열렸고 전역이 결정됐다.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변 하사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 부사관으로 임관해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중 지난해 휴가를 낸 뒤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이후 변 하사는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기 위해 관할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도 신청했다. 변 하사가 휴가를 가기 전 군 병원은 변 하사에게 성전환 수술을 하면 장애 등급을 받아 군 복무를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후 부대로 복귀한 변 하사는 이후 군 병원에서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받았고,군 병원은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심신장애 등급표에 따르면 남성 성기 상실과 관련해 장애 등급을 판정할 수 있다. 장애 등급 1∼3급이 나올 경우 전역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4∼5급의 경우 전역이 일단 보류되지만 이후 복무 중 현역복무부적합 심의를 받아 전역 조치될 수 있다.

군인권센터는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지 말 것과 전역심사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제기했다.

변 하사는 이날 전역 결정이 내려진 직후 군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군복을 입고 참석한 변 하사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성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었지만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과 부사관 양성과정도 이겨냈다"면서 "하지만 젠더 디스포리아(다른 성별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로 인한 우울증이 심해졌고 이대로는 더 이상 군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변 하사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성별정정 등의 과정을 거치기로 결심했다.

변 하사에 따르면 그가 소속돼 있던 부대는 그의 성전환 결정을 지지했고, 수술 이후 상급부대에서 복무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변 하사는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인권 존중 군대로 진보하고 있다"면서 "(전역 결정을 뒤집기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변 하사는 전역 처분에 대한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역심사위원회 연기 권고에도 불구하고 심사를 진행한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우리 군에도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준 변 하사와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변 하사의 전역으로 창군 이래 최초의 성전환 수술 군인의 복무는 무산됐다. 군은 여성성 지향이 강한 사람을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하며, 현역 복무 중 이런 성향을 보이는 장병에 대해서는 '도움 및 배려 용사' 등으로 관리하고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을 경우에도 여군 지원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성기 상실'로 인한 장애 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별 정정을 통해 법적으로 여성이 되면 병사로 복무할 의무가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전환자 현역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 규정을 만들어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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