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안팎 이미지 실추 해소 주력 전망 … 리딩 금융그룹 사수, 소비자보호 등 과제 산적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 사태를 피하면서 새로운 리더십 구축에 발빠르게 나설 전망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회장에 재임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내부 조직정비와 일등 금융그룹의 위상 확보 및 소비자보호 조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오늘 3월 말께로 예상되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선임할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회장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천을 받은 상황에서 이번 1심 판결로 법정구속에 따른 유고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1심 재판을 받고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신한금융 회추위는 당시 조 회장을 추천하면서 "상법상 이사들이 언제든 유고시에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돼있다"고 밝혔다. 거꾸로 해석하면 조 회장이 법정구속을 당하지 않는 한 회장직 수행에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지주사 임원의 자격요건은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로 못박아 놓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때는 엄밀한 의미에서 임원의 자격요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한금융 회추위도 이러한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 조 회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22일 기자들과 만나 조 회장의 1심 판결과 관련, "확정판결 이전"이라며 "신한금융의 주주와 이사회가 여러상황을 고려해서 거기에 맞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지배체제에 대해 내부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바로 조 회장의 미래를 확고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길게는 3~4년이 걸릴 수도 있는 2심과 3심의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상급심에서 판결이 1심보다 중하게 나올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법률적 리스크가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조 회장도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22일 재판 이후 기자들에게 "앞으로 항소를 통해서 다시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3월 주총 이후 조용병 2기체제는 성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당장 최근 2년여간 채용비리 관련 수사와 재판 등으로 어수선해진 내부조직 단도리와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계열사 사장단 인선 등을 통해 조 회장 중심의 지배체제를 구축하기는 했지만, 재판 결과 등을 놓고 설왕설래 했던 터라 조속한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 회장 체제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들이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채용비리 관련 뿐만 아니라 심지어 10여년 전 신한사태와 남산 3억원 사건의 잔재가 여전히 법정과 회사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조 회장 입장에서 '일류 신한'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부의 단합 유도와 함께 대외적인 신뢰도 향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당장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사태 등과 관련해서도 신한금투 등이 연결돼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소비자보호다. 아직 피해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수의 고객에 대한 책임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와 금융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법적, 행정적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열사 문제에 금융지주사가 직접 책임질 일은 없더라도 어떻게든 신속한 대처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갈수록 악화하는 금융산업 환경에서 금융회사 책임자의 경영실적은 평가의 바로미터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KB금융과의 수위경쟁에서 순이익 등 일부 지표상 앞섰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등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는 앞으로 과제다. 주력인 신한은행은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갈수록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의 금융산업에 대한 접목, 인력의 채용과 운용 등 미래인재의 양성 등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어제 재판결과 이후 아직 조 회장의 직접적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재판과정에서 누적된 피로 등이 가시면 본격적인 2기 경영체제 확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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