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헤게모니 붕괴” ⋯ ‘중동 리스크’보다 석유공급 증가가 유가 에 영향


미국 셰일오일이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을 억제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국 무인기 격추 이후 심화된 양국 갈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요인이 잠재해 있지만 공급량 확대가 다른 요인들을 상쇄하는 분위기다. 올 1월 미국 드론공격으로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사망한 직후 69.65달러까지 치솟은 중동산 두바이유는 40여일이 지난 2월 14일 현재 55.23달러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9월에도 사우디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은 뒤 두바이유는 67.53달러까지 올랐지만 2주만에 평상시 흐름(10월 3일 57.44달러)으로 되돌아왔다.

17일 한전 경영연구원이 내놓은 ‘미국과 이란 갈등에 따른 유가변동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갈등 등 중동지역 정세불안으로 유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향후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원유수급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셰일오일 생산확대 이후 OPEC의 오일 헤게모니는 붕괴됐다”면서 “올해 OPEC 감산계획(2019년 대비 5.7% 감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셰일오일 생산증가와 비OPEC 국가의 생산증가로 공급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제르바이잔·오만 등 비OPEC국가들 가운데 추가 감산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있다. 러시아는 직접적인 의사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공급과잉 영향으로 올해 국제유가는 2019년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일일 생산량이 전년 1224만배럴에서 올해 1590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고 생산량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증가로 2030년까지 전세계 석유증가량의 8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셰일오일 증산에 따라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을 제치고 원유생산량 세계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도 유가상승을 막고 있다. EIA가 발표한 2월 첫째주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746만배럴 증가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290만배럴 증가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수송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원유수입량의 73.5%를 중동에서 수입, 이중 98%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왔다.

한편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시장도 향후 2년동안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주 미국 휴스턴에 열린 ‘아메리칸 LNG포럼’ 참석자들은 장기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측면에서 시장약세를 전망했다. 셰일오일과 함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를 염두에 둔 분석이다. 북미에서 10여개 이상의 LNG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다, 일부는 중국시장을 목표로 알래스카주와 오레건주 등 태평양연안에서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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