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계획 이행 미지수, 손실 확정시기 미정 … 헤리티지·알펜루트도 금감원 분쟁조정 대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17일부터 손실률을 통보받기 시작하면서 분쟁이 본격화할 예정이지만 손실이 확정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펀드 판매사인 은행과 투자자들의 원활한 분쟁조정으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라임을 비롯해 환매 중단된 독일 헤리티지 DLS와 알펜루트 사모펀드 등도 분쟁이 장기화가 예상된다.

18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라임이 모(母펀)드의 실사결과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가입한 자펀드(子)의 기준가격을 조정해 손실률을 통보하고 있지만 추정치에 불과하다"며 "실제 자산을 매각해야 손실이 확정되는데 사모채권이 시장에서 어떻게 팔리지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라임은 지난 14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모펀드 2곳의 투자자산 회수 스케쥴을 밝혔다. 당초 만기 스케쥴은 플루투 FI D-1호(기초자산 평가금액 1조2337억원)의 경우 지난해 10월말 1926억원, 올해 2825억원, 2021년 2799억원, 2022년 2021억원, 2023년 1843억원 등으로 2023년 이후 전액 상환되는 구조다.


테디스 2호(기초자산 장부금액 2931억원) 역시 지난해 10월말 77억원을 시작으로 올해 278억원, 2021년 758억원, 2022년 942억원, 2023년 이후 443억원 상환 등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라임측은 "두 펀드의 투자자산 만기 스케쥴과 별개로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실사결과 발표 이후 1개월 이내인 3월말 전에 작성할 예정"이라며 "정기적으로 상환계획진행 경과를 펀드 수익자에게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이 상환계획이 나오기까지 한달이 걸린다는 것이고 실제 상환이 언제 이뤄질지는 현재 판단하기 어렵다. 플루투 FI D-1호와 테티스2호가 투자한 기초자산은 사채와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 수익증권,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채와 메자닌의 비율이 높아 당장 현금화가 쉽지 않은 구조다. 플루투 FI D-1호의 기초자산을 보면 사채 45%, 메자닌 28%, 수익증권 7%, 주식 3%, 기타 17%로 돼 있다. 테티스2호는 메자닌 47%, 사채 24%, 수익증권 9%, 주식 9%, 기타 11% 등이다.

투자형태를 보면 기업과 부동산에 직접투자한 것도 있지만 펀드에 투자하는 간접투자(펀드 오브 펀드) 비율도 상당하다.

라임측은 "개별 투자신탁재산별로 시장에서 매각할 때 현재 평가한 가치와 달리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채권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채권회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라임측은 긍정적인 측면만 언급한 것으로, 채권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실제로는 회수가 어려워 지는 반대 경우 역시 발생할 수 있다.

라임은 플루투 FI D-1호의 기초자산 예상회수율 범위를 50~68%. 테티스2호는 58~79%라고 밝혔지만 추정치일 뿐이고 손실 확정은 실제 회수를 통해 결정된다.

금감원은 내달 합동조사를 통해 증권사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의혹 확인에 나설 예정이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투자자 손실이 확정되지 않으면 배상비율을 정할 수 없고,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

금감원 분쟁조정부서 관계자는 "라임 투자자의 손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고 하지만 펀드 청산이나 환매를 통해 손실이 확정돼야 하는데 손실 확정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실이 확정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하기 어렵다. 투자금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는 계약취소소송은 제기할 수 있지만 취소사유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이유만으로 계약취소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역금융펀드는 사기혐의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지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DLF사태는 소송보다는 금감원 분쟁조정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분쟁조정결과를 수용하고 투자자들도 배상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고소에 따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기혐의가 드러날 경우 일부 투자자들이 계약취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와 알펜루트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건과 관련해서 금감원에는 각각 9건, 1건의 분쟁조정 사건이 접수된 상태다. 해당 사건들도 투자자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분쟁조정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헤리티지 DLS의 경우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독일 현지 시행사와 싱가포르의 자산운용사가 협의를 진행 중이고 결과가 21일쯤 나올 예정이다.

알펜루트 사모펀드는 라임 사태의 악재로 인해 환매요구가 몰리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알펜루트측은 주요 펀드 대부분이 우량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시장이 안정화되면 투자금 회수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한 기초자산의 회수율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경우 라임과 마찬가지로 회계법인에 의한 실사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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