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야당 대표

감염병 대응 대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한참 미흡하지만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지 않겠다. 지금은 국민의 안전에 집중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2015년 6월 5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확진자 관리 소홀 실태는 온 국민을 겁에 질리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고질적 중국 눈치보기에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진다"(2020년 1월29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비교해보면 정부의 대처도 사뭇 다르지만 특히 야당 지도자들의 대응이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 확산되던 2015년 6월 5일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면 메르스 대란을 이겨낼 수 있다"며 초당적인 대처를 약속했다.

당시는 박근혜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3차 감염자를 비롯해 41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사망자도 4명이 발생한 시점이었다. 정부가 초기 격리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대처를 잘못해 사태를 키운 것이 명백했지만 문 대통령은 정부에 대한 비판과 책임 추궁 대신 국민 안전을 더 강조했다. 그는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겠다"며 정부에 "국가비상사태라 생각하고 위기 대응수준을 격상해 국가의 인력과 예산을 총동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6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부는 국가경제와 국민안전을 위한 초당적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져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정작 늑장을 부린 것은 정부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고 6일이 지나서 관련 보고를 받았고, 관계부처장관회의는 14일 후에서야 열렸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같은 달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는 초동 대응 실패 지적에 "대통령께서 모든 일에 개입할 순 없다"며 "환자 한둘이 생길 때마다 장관과 총리가 나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답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보 공개 미흡 지적에는 "감기가 좀 유행한다고 정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해 비난을 샀다.

메르스 사태는 초동대처 실패, 격리조치 미흡,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인해 방역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 점수를 매기기는 아직 이르지만 초기 대처는 신속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1월2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고 공항과 항만 뿐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지시했다. 또 1주일 만에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했으며 문 대통령이 직접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소 등을 방문해 철저한 대응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사태 초기부터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짚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지금 중요한 건 조기차단과 확산방지이며 한국당은 국민 안전 우선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정부에도 협력하고 의료진에게도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국민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우한 폐렴 대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이 의문을 품고 있다"며 정부를 공격했다.

같은 달 29일 최고위·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는 정부가 WHO(세계보건기구) 방침에 따라 '우한 폐렴' 명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우한 폐렴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급급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 무한책임이다'라고 강조하던 문 대통령이 정작 정권을 잡고 나니 우왕좌왕, 책임 떠넘기기 등 무능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한동안 안정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감염 등 확산 조짐을 보이자 황 대표는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태를 과소평가하는 정부 모습이 국민 불신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래통합당은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정부 당국의 노력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법 개정 등 야당과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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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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