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 전 39조원에 접근 … 선복량은 올해 말 81% 수준 회복

국내 해운산업 규모가 한진해운 파산 전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운산업 매출액은 37조원(잠정)으로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인 2015년 39조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2016년 29조원 수준으로 떨어진 해운산업 매출액은 정부가 해운산업 재건정책을 시작한 2017년 32조원 수준으로 반등했고, 2018년 34조8000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는 40조원 규모의 매출액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현대상선이 올해 5월부터 유럽항로에 투입할 예정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진수식 모습. 사진 현대상선 제공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규모인 선복량도 한진해운 파산 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원양정기선의 선복량은 2015년 6m 길이 컨테이너 105만개를 실을 수 있는 105만TEU 규모였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2016년 46만TEU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도 50만TEU 수준이었지만 올해 5월부터 연말까지 현대상선이 발주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등이 배치되면 85만TEU 수준으로 늘어난다. 한진해운 사태 전에 비해 81% 수준이다. 내년에는 현대상선이 발주한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이 나오게 되고 선복량은 95만TEU 수준으로 증가해 한진해운 사태 전의 90.4%로 회복된다.

◆선사 자구노력도 치열 = 정부는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해운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보증사업 등을 통해 해운기업이 선박을 확보할 때 들어가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연료유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 데 따라 친환경설비를 장착하는 것도 지원하면서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사들 자구노력도 치열하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적선사를 대표하게 된 현대상선은 지난해 7월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서비스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해운시장에서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원(ONE), 대만의 양밍 등으로 구성된 '디얼라이언스'와 공동운항은 오는 4월부터 시작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해운동맹 의사결정에 다른 회원사들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게 돼 현재보다 주도적인 시장상황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며 "현대상선의 강점이 있는 미주항로는 기존 11개 노선을 16개 노선으로 대폭 확대하고 유럽항로(구주항로)는 지금처럼 8개 노선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기존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족해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현대상선 운신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동맹과 협력범위를 중동 등으로 확대하면서 경쟁력을 계속 확대하는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5월 이후 운항할 2만4000TEU급 선박은 규모도 세계 최대이지만 연료유 배출규제에 대응해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한 데다 연료유 시장상황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게 만들어 비용경쟁력이 크다. 현대상선은 규모의 경제와 연료유 비용절감 등을 통해 고질적인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갔다가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항로(백홀)의 영업이 취약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 지역별 백홀 영업전문가를 영입,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백홀 영업전문가에는 중국발 물량을 담당할 전문가도 포함했다.

해운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7월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운영시스템(가칭 '뉴 가우스')도 구축, 올해 현대상선 시스템의 90% 이상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스마트쉽(Smart Ship) 기술개발협약을 체결하며 데이터 경쟁력을 핵심으로 한 디지털경제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인트라 아시아) 해운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선사들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와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4위 규모의 장금상선은 국내 5위 규모인 흥아해운의 컨테이너부문과 합병을 완료해 선복량 9만2000TEU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통합법인은 선복량 기준 현대상선, 고려해운에 이어 국내 3위 규모다.

◆코로나19 고비 넘겨야 = 한진해운 파산 전 상태로 국내 해운업을 재건하고, 디지털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세계 해운시장에서 낙오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0일 발행한 동향분석 '코로나19 사태와 해운물류산업 대응방안'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위축, 물류 장애 등이 발생,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20일 이후 중국 상하이, 닝보 등 주요 항만의 물동량이 일일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적인 해운시장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분기 중국(홍콩 포함) 항만물동량이 600만TEU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컨테이너물동량의 0.7% 수준이다.

물동량 감소는 운임 감소로 이어져 선사의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해운산업 매출과 선복량 등 외형이 회복되고 있지만 선사의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못 하면 해운업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올해 영업적자 탈출을 기대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파장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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