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과 합병" 재요구에 안 "옳은 길 포기 못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래통합당과의 통합'과 '선거연대'를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를 안고 '외로운 길'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국민의당' 후보로는 당선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한 안철수계 국회의원과 원외위원장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철수계의 현실론과 안 대표의 명분론이 본격적인 승부에 들어간 모양새다.
안철수, 현충탑 방명록 작성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23일 국민의당은 서울 SAC아트홀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을 국민의당 대표로 추대했다. 안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누군가는 저더러, 우리더러 바보라고 한다. 현실정치를 모른다고 한다. 명분도 좋지만 실리가 최고라고 말하신다. 그것이 정치라고 한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가는 길은 옳은 길이라고 확신하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어려운 길인지 알고서 귀국했다. 어려운 길인지 알면서도 우리나라를 위한 옳은 길이기에 택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 국민의당이 진정한 실용적 중도정치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4월 15일 저는 개혁의 싹을 틀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실리'나 '현실정치' 보다 '명분', '옳은 길'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안 대표는 이미 안철수계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을 만나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 등 '실리'와 '현실정치의 길'을 강력하게 요구받았다. 이들은 안 대표에게 "지역구에 가 보면 당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반문연대를 통해 당선이 돼야 하는데 기호 2번을 받거나 연대를 통해 보수진영과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자강론'을 앞세워 "창당과 지지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미래통합당과 합치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몸값을 올려놔야 통합이든 선거연대 등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안 대표는 재차 '실용적 중도정치의 길'을 '옳은 길'로 강조하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함께 해주시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문선거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지만 현실적 상황과 판단에 따른 한 분 한 분의 개인적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저는 사즉생의 각오로 우리나라를 붙잡고 있는 기득권 정치의 높고 두터운 벽을 뚫어 보겠다. 외롭고 힘들지라도, 국민께 약속한 그 길을 가겠다"고 했다. 안철수계에 '선택'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계로 불린 김중로 의원에 이어 이동섭 의원이 이날 미래통합당으로 떠났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안 대표가 자강론만을 고집하게 되면 현역뿐만 아니라 원외위원장들 다수가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안 대표도 현실정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안철수계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은 따로 안 대표를 만나 다시 한번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면 합당 자체가 더 힘들어진다"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주중 공천신청한 인사에 대한 면접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초반엔 경선 등을 거쳐 선거에 나설 후보를 확정할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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