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확진자 급증, 1주일새 도시 마비 … 도심 상가 대부분 휴업

코로나19 공포감이 현실화됐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가 쏟아진 도시는 유령도시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텅비었다. 길거리엔 사람과 차량의 발길이 끊기 듯 드문드문 이어졌고 대로변이든 뒷골목이든 크고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가 휩쓴 대구경북지역 주말 풍경이다.

◆중심가 12차선 대로가 텅비어 = 대구경북에서 지난 18일 국내 31번째이자 지역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1주일새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첫 사망자가 경북 청도에서 나오는 등 24일 사망자가 6명으로 늘었고 전염병 공포증(포비아)이 확산되면서 지역 주민들 일상생활이 마비됐다.

만성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던 달구벌대로가 텅비었다. 23일 오전 11시쯤 중구 현대백화점앞 거리에는 차도와 인도가 모두 비었다. 사진 최세호 기자


일요일인 23일 오전 11시 대구의 가장 큰 대로인 달구벌대로 왕복 12차선은 교통통제라도 하는 것 같았다. 교통흐름만 보면 신호등이 필요없어 보였다. 신호등에 멈춰선 차량이 편도 6차선도 다 채우지 못했다. 대형 백화점이 몰린 중구 반월당은 만성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이다. 백화점 앞에는 평일에도 택시가 줄지어 대기했지만 택시도 승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점심 시간을 앞둔 대구시 남구 대명로81 신천지대구교회 인근은 을씨년스러웠다. 지하 1층 지상 9층인 교회 출입구가 완전 봉쇄돼 있고 내부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일요일이면 인근 주민들이 주차때문에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신도들이 몰고온 차량으로 대로변과 뒷골목 이면도로도 복잡했다.

이날 점심시간 전후 신천지교회 반경 200m 주변 상가는 거의 모두 셔터를 내렸다. 문을 연 곳은 대기업 체인점인 햄버거점과 편의점 두곳 뿐이었다. 신천지교회 바로 뒤 예수교장로회 남도교회도 문을 닫았다. B햄버거 대명지점에는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직원 5명뿐이었다. 한 직원은 "본사의 지침이 없어 영업한다"며 "지난주 일요일 점심시간까지만 해도 신천지교 신자와 일반 손님들로 복잡했는데 오늘은 배달만 간혹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청도읍, 공무원·취재진만 북적 = 이날 오후 1시 청도군 청도읍은 '적막강산'이었다. 군청이 있는 청도읍은 인구가 1만여명 이상이고 주말에도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곳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군청과 100m정도 떨어진 대남병원 인근에는 언론사 취재 기자와 군 공무원, 병원 관계자뿐이었다. 세계적 주목을 받는 듯 해외언론 취재진도 눈에 띄었다.

군청에서 청도역까지 약 1.5㎞의 대로와 옛 대로에 형성된 상가는 대부분 휴업했다. 1시간 정도 걷는 동안 문을 연 상점과 만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청도역 앞 명물인 추어탕거리 식당들도 한두곳 빼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 청도역은 주말이면 지금이 제철인 한재미나리를 시식하러 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인데 썰렁했다. 군청 앞에 한 중화요리점은 배달주문만 받겠다고 안내했다.

식당뿐 아니라 교회 목욕탕 의류점 독서실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모두 '당분간 휴업'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한 상인은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을 뿐 아니라 손님이 와도 걱정돼 서로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도군청에 마련된 '코로나19 범정부특별지원단'을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안동으로 이동하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지사는 "휴게소 식당에 손님이 한명도 없어 미안한 마음에 3명이 5인분을 주문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돼야 하는데 감염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장기화될 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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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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