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대북정책 구상은 '사전협의 충분한 정상회담'

제재완화 등 단계적 접근법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3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샌더스 의원이 박빙 승부를 펼쳤던 1차(아이오와), 2차(뉴햄프셔) 경선과 달리 3차인 네바다 경선에서 46%의 득표율(개표율 60% 기준)로 압도적 1위를 차지,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과 3월 3일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유력 대선후보란 점에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대의원들이 지난 23일 삼지연시에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행군 출발모임을 열었다고 2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답사대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샌더스 의원은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의 모든 행보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지만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열려있는 태도를 취했다.

이날 인터뷰에도 이와 관련 "내게 있어서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면서 "내가 전 세계의 적들과 함께 앉는데 대해 어떤 문제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불행히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회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면서 회담 성공을 이끄는 데 필요한 외교적 작업이 없는 '사진찍기용'이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신뢰'를 앞세워 '톱다운 방식' 방식으로 정상회담과 판문점회동을 포함해 김정은과 세차례 만났지만, 이는 북한과의 충분한 사전 실무회담과 의제, 의견 조율을 거치지 않은 보여주기용이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 내에서는 '바텀업'방식이 뒷받침되는 '톱다운' 회담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결국 샌더스 의원의 이날 인터뷰 발언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쳐 구체적 합의가 도출될 정도로 협상 분위기를 성숙시킨 상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샌더스 의원은 이전에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열려있다는 자세를 보였고,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면서 대북제재 해제 등에 대해 민주당 다른 주자들보다 유연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의 민주당 대선주자 대상 대북 관련 설문조사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시작한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북한이 핵무기 연료인 핵분열물질 개발(생산)을 동결할 경우 대북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샌더스는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 실질적인 군축(disarmament)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에 일방적인 선 무장해제를 요구하기보다는 서로가 주고받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샌더스 의원은 앞서 지난해 8월 NYT 조사에서는 "단기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소 시간이 걸릴 단계별 절차를 지닌 제안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세계가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관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핵 개발을 부추기고 국제사회의 핵 억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워싱턴포스트의 설문조사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합의를 향해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이 지금까지 공개한 대북정책 입장을 살펴보면, 북미 비핵화협상에서 단계적, 병행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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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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