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백악관행 레이스의 세 번째 경선인 네바다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압승을 거둬 진보파를 대표하는 샌더스 강풍이 언제, 어디까지 몰아칠지 주목된다.

네바다 코커스 샌더스 압승, 바이든 회생

첫 아이오와 코커스와 첫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이어 세 번째 경선으로 실시된 22일의 네바다 코커스에서 예상대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압승을 거뒀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개표 초반부터 45%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다른 경쟁자들을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따돌리고 확실한 위너타이틀을 일찌감치 거머쥐었다. 아이오와, 뉴햄프셔에는 백인유권자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네바다에는 라티노,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흑인 유권자들이 많이 있어 소수계 표심을 가늠하는 주요 경선지로 꼽혀 관심을 끌었다.

주먹 불끈 쥔 샌더스 … 네바다 경선 압승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를 가리는 3차 경선인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한 버니 샌더스(오른쪽) 상원의원이 부인 제인과 함께 2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유세 도중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샌안토니오 AP=연합뉴스


네바다 코커스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3%대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해 기사회생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는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경선 기차를 놓쳤다는 비관론에 빠졌다가 네바다 코커스에서 경쟁무대에 컴백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아이오와 승자이자 뉴햄프셔 2위였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네바다 코커스에서는 3위를 차지했으나 대의원을 나눠 확보할 수 있는 유효 득표율 15%에도 못 미쳤다.

네바다 코커스에서는 15% 이상을 득표한 민주당 경선후보들이 그곳에 걸려있는 선출대의원 36명을 득표율에 따라 나눠 확보하게 된다. 네바다 코커스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은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표 가운데 가장 많은 30%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18%나 점유하고 있는 라티노 표의 절반 이상인 51%나 몰표를 받아 압승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백인표는 샌더스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과 14%씩 나누는데 그쳤지만 전체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흑인 표는 가장 많은 39%나 얻어 샌더스의 27%를 눌러 흑인표심 에선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샌더스 판가름

그 때문에 흑인 유권자들이 많은 29일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더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반선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미 3월 3일 슈퍼 화요일 승부에서 승기를 굳히려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는 14개주와 두 곳의 지역 등 16개 지역에서 전체 대의원의 34%나 하루에 결정하기 때문에 선두주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특히 최대표밭인 캘리포니아 415명과 텍사스 228명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어 실제 1위를 차지한다면 다른 후보들이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도파 후보들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등이 샌더스 독주와 조기 승세를 막아야 한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부티지지 후보 등은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진영을 슈퍼 화요일 등 초반승부 에서 굳힌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4년 더를 허용하는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블룸버그 후보는 첫 토론 데뷔전에서 취약점을 드러내 반전의 기회를 일단 놓쳐 샌더스 저지전략에 앞서 자신의 토론 술과 유권자 직접 접촉 전략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티지지 후보 도 중도파들의 표분산으로 샌더스를 막을 수 없게 된다며 바이든, 클로버샤 후보 등의 중도하차를 요구 하고 있을 뿐이어서 샌더스 강풍을 막아낼지 의문시되고 있다.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이 네바다에서 2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1위를 차지한 후 그 기세로 3월 3일 슈퍼 화요일 승부에서 여러지역에서 1위 또는 2위에 오를 수 있어 샌더스 저지에 선봉에 서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본류, 블룸버그를 민주당 트럼프로

특히 민주당 본류에서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무소속으로 있다가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데다가 이번에도 메디케어 포 올(노년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를 전국민으로 확대)을 비롯한 사회주의 정책을 내걸고 있어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패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민주당 주류에서 샌더스 저지에 총력전을 펴고 중도파 대표주자를 선택하는 수순을 밟게 되면 민주당 경선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주류, 본류들은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 보다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민주당의 트럼프'로 내세워야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샌더스를 막을 중도파 대표주자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선직전까지 선두를 달려왔으나 트럼프 탄핵국면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그의 아들도 거명되면서 힘을 잃어 개막전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이 추락하면서 또 다른 중도파들인 피트 부티지지 전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뜬 것이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고 있다. 부티지지는 38세의 중앙정치 경험이 아주 없는데다가 하버드를 나오고 아프간 전선을 누빈 상남자 스타일인데 동성결혼까지 해서 남성남편과 함께 등장하자 다수의 민주당원들로부터 우려를 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샌더스 견제에 성공하더라도 중도파 대표주자 선택이 늦어지면 여름철 전당대회장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추대가 아닌 표 대결로 선출하는 컨테스트 컨벤션이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