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이네오스 등 대규모 기업

중견회계법인 컨설팅 등 제한도

수천개 기업 새로운 감시대상에

회계개혁 논의가 한창인 영국이 대규모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도 감사인독립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장기업 중에는 영국 최대 화학기업인 이네오스(INEOS), 전자제품 기업인 다이슨(Dyson) 등 대형 회사들이 포함돼 있어 회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영국 규제당국인 재무보고위원회(FRC) 의장인 사이먼 딘게만스(Simon Dingemans)는 FT와 인터뷰에서 "비상장기업에게 상장기업과 같은 감사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전적으로 적절하다"며 "어느 범위로까지 진행할 지에 대해 FRC가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 A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빅4 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감사 독립성 문제로 중견회계법인이 대규모 비상장기업의 감사업무를 맡고 있다면 컨설팅과 보수·세무 자문서비스의 제공은 제한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같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중견회계법인은 기업들과 체결한 고수익 계약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견회계법인들은 모든 대형 비상장 기업에게 자문·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도 상장기업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2016년 영국 백화점인 BHS 파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기업의 파산으로 인해 1만1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사건이 터지고 비상장기업의 감사규제가 상장기업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네오스와 다이슨은 빅4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두고 있다. 이네오스는 2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딜로이트(Deloitte)가 감사인을 맡은 동시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다이슨은 1만2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EY가 감사인을 맡은 동시에 세문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 3대 철강업체인 타타철강(Tata Steel)은 85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감사인을 맡은 PwC가 세무와 기타 자문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FRC가 검토하는 계획의 첫 단계는 공익성이 큰 모든 비상장 기업들의 감사인을 교체하거나 또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컨설턴트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의 회계장부는 FRC가 매년 실시하는 감사품질 검토 대상이 되고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사이먼 딘게만스 의장은 "시장 전반에 걸쳐 지배구조, 기업보고, 감사기준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한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 같은 기준 적용을 받아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적절하다"며 "기업에 많은 직원, 소비자, 공급업체가 관련돼 있다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빅4의 한 최고경영자는 개인적으로 영국 FRC의 이같은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규제당국의 감시 강화에 따라 리스크 및 보험비용의 증가를 경감시키기 위해, 그러한 규정이 도입된다면 몇몇 대형 비상장 기업의 감사인 자리를 사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기업파산과 회계스캔들 이후 높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 받고 정치적 압력이 높아지면서 회계법인들은 리스크가 높고 이익이 낮은 상장회사의 감사인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FRC의 이같은 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PwC는 "새로운 규정 도입은 공익실체에 대한 정의를 어느 기업까지 확대시킬 것이 불명확함에 따라, 기업과 감사위원회의 복잡성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딜로이트는 오랜 준비 기간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러한 변화를 조심스럽게 환영했다. 딜로이트 내 공공정책과 규제 책임자인 사이먼 클리브랜드(Simon Cleveland)는 "이러한 변화를 적용해나가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의 비상장기업을 포함 할 것인지 등, 공익성과 관련한 정의를 확장시키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공익성을 고려할만큼 규모가 크다면, 더 높은 기준을 적용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감사인에 대한 FRC의 윤리기준은 공익성과 관련해 영국 상장기업과 대형 은행·보험사에만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강화된 해당 기준에 따라, 감사인은 그들이 감사하는 공익성이 큰 곳에 고용·보수 서비스, 기업실사 등의 컨설팅 업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기업의 감사인은 또한 세무자문, 지지표명, 경영진의 역할 등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지 못한다. 감사와 컨설팅의 분리를 통한 감사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다.

영국 회계업계에서는 기업의 공익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시키려는 계획에 대해 부분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떠한 기업이 해당 규정에 해당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FRC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와츠원칙(Wates Principles, 영국 대규모 기업에 적용되는 규정)이 명시하고 있는 기업이 적용 대상에 포함 될 것"이라며 "즉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거나, 2억파운드 이상의 매출, 20억 파운드 이상의 대차대조표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빅4의 한 최고경영자는 "FRC는 현재의 업무 양도 겨우 소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수천 개 이상 기업의 회계장부가 FRC의 추가 감시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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