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
최근 우리나라에는 대규모 재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지진 및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및 폭염, 2019년 강원 동해안 산불, 그리고 2020년 올해 코로나19 등이다.

같은 유형의 재난이 반복되기보다는 하나의 재난이 또 다른 재난으로 이어지는 ‘복합재난’과 익숙하지 않은 ‘신종재난’이 증가하는 추세다.

개별 재난 빈도수는 높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재난을 돌아가면서 겪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재난이 일상생활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재난대응도 새로운 대한민국 만드는 과정

그에 비해 대응역량은 미리 갖추어졌다기보다 매번 재난을 겪으면서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은 현재 우리의 대비 수준을 보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과제들을 제시해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 역시 신종 감염병이라는 새로운 재난에 대한 우리의 대응역량과 앞으로의 개선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2015년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감염병 방역체계가 훨씬 발전되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당국의 감염경로 조기발견과 확산 차단을 위한 다양한 방역 활동, 그리고 매일 브리핑을 통해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들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다.

반면 정보공개 지연과 부처 간 정보혼선, 전문인력 부족 등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도 드러났다. 이런 문제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폭넓다. 평시에 정책적으로 대비했어야 하는 사항부터 재난현장에서 국민이 받게 되는 구체적 지원사항까지 다양하다.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지금 당장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사실상 총력전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일선 현장에서의 공무원과 의료진들의 부담은 이미 적지 않다.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주어진 여러 상황과 조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방역 일선에 계신 분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기를 부탁드린다.

관민협력의 힘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

재난에 대한 ‘국민적인 트라우마’는 여전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정부 당국이 지금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그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뢰 회복은 이번에 정부가 하는 모습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겠지만 위기상황 속에서도 민관이 협력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낼 사회적 동력의 생성과정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하나의 감염병 재난 대응을 넘어 상호신뢰의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위기에 남달리 강한 면모를 보인 국민들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이나 허베이스피릿호 기름 유출사고 100만 자원봉사자 활동 같은 전설적인 위기 극복의 이야기들은 결국 민관협력의 힘이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재난대응에 있어서 우리 사회 민관협력의 힘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역사적인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