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틴넷'서 다양한 큐레이션 제공 … 직접 참여해 읽는 재미 느끼게

"지하철을 타면 관찰을 많이 합니다. 저희 젊었을 때는 지하철에서 책도 읽고 신문 잡지도 읽고 그랬어요. 지금은 100명 중 99명이 스마트폰을 보죠. 스마트폰에서 기사도 읽을 거고 종이책만이 모든 매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에 빠져드는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 시기예요. '청소년 책의 해'는 10년은 계속해야 하는 문명사적 과제입니다."
2020청소년책의해 슬로건인 'ㅊㅊㅊ'를 들고 있는 안찬수 2020청소년책의해 네트워크 실행위원장(가운데)과 진제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인턴(왼쪽), 허 건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오른쪽). 사진 이의종


20일 서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안찬수 2020청소년책의해 네트워크 실행위원장(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의 일성이다. 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민간단체들이 함께 하는 청소년 책의 해다. 청소년들이 게임 대신 책을 손에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

내일신문은 안 위원장을 만나 청소년 책의 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들었다.

■왜 청소년 책의 해인가.

2018년이 '책의 해'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중심으로 출판 독서 진흥을 위한 사업을 하면서 독자개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연구를 해 보니 초등학생 고학년 10명 중 9명은 책을 읽는데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할수록 그 비율이 떨어진다. 다시 청년기에 독서율이 회복하고 취업을 한 이후 또 떨어진다. 청소년 시기에 책과 멀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한 해를 청소년 책의 해로 선정한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까.

꾸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올해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이 어떻게 하면 책과 만날 수 있겠는가'를 타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거다.

청소년 책의 해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자발성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일을 꾸미자는 거다. 둘째, 다양성이다. 획일적이지 않게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한다. 셋째, 지속성이 중요하다. 한 해, 두 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청소년의 책 읽기에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공공성을 중시하고자 한다.

■'ㅊㅊㅊ'라는 슬로건이 재미있다.

처음엔 '청소년에게, 책을'과 같은 슬로건이 제안됐다. 이에 대해 교사 청소년들의 의견을 들으니 '꼰대스럽다'는 거다. 청소년 아이디어 중 하나가 'ㅊㅊㅊ'였다. 요즘 핸드폰으로 'ㅋㅋㅋ'라는 말을 하는 데서 따온 거다. 'ㅊㅊㅊ'는 '청소년' '책' '추천' 등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 확장성을 가진다.

포스터 3종을 만들었는데 청소년들에게 잘 알려진 김성미 디자이너와 윤예지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했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얼굴로 다가와요' '책은 우리의 마음을 키워 줘요' '책은 우리를 이어 줘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북틴넷(bookteen.net)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청소년들과 같이 활동해 온 교사 사서들이 '제목만큼 기발하고 웃긴 책' 등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한다. 올해 200여개의 큐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북틴넷은 올해 이후에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또 북틴넷은 청소년 책의 해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련 정보를 담을 것이다.

또 다른 대표적 사업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상이다. 한 해 동안 나온 청소년 소설 중 일부를 골라 청소년들에게 제공해 스스로 좋은 작품을 선정하게 할 예정이다. 학교 도서반 문예반이나 청소년 동아리, 청소년 단체, 학교 밖 청소년 등과 함께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우수한 작가를 선정하면 작가를 초청해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들에게 책 축제와 관련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지원한다. 스스로 자신들만의 축제를 꾸미는 거다.

■책 읽는 소년원 사업이 인상적이다.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1권의 책을 만난다면 살아가는 데 정말 큰 힘이 될 거라 확신한다. 법무부 범죄예방국의 협력을 받아 소년원 몇 군데를 돌아봤다. 책은 있지만 좋은 책이 없었고 책과 청소년들을 연결해 줄 사람이 없었다.

우선, 책이 놓일 공간을 만들어주고 책을 잘 선정, 지원해서 서가를 꾸며주려고 한다. 또 소년원의 교육과정에 책과 만날 수 있는 시수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올해는 안양여자소년원(정심여자중고등학교)을 대상으로 강사를 파견해 매주 2시간씩 2개 팀을 대상으로 40차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청소년들이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 관심이 함께 해야겠다.

예전에 방송에서 '이제 집으로 가야될 시간입니다'와 같은 시보가 나왔다. 이제는 '손에 책 1권 잡을 시간입니다'와 같은 시보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관심을 독서로 이끌어야 하며 언론도 동참하길 바란다. 코로나19에 비유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책읽기 바이러스'를 퍼뜨려야 하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가 노동을 대체한다고 한다. 시간이 남는데 뭘 하는 게 좋을까. 책을 읽는 것은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주된 방법 중 하나다.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어'라고 강조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니까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으면 한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왜 할까.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의 즐거움과 재미를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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