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대상 지역구 현역 15명 중 절반이상 컷오프 예상

탈당 뒤 출마, 파괴력 불투명 … '박근혜 메시지' 변수

미래통합당은 내주 초 TK(대구·경북) 지역 공천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을 거친 뒤 현역의원들에 대한 컷오프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불출마선언을 거부하고 있는 현역의원들이 대상이다. 면접을 치를 예정인 현역의원 15명 가운데 절반이상이 컷오프될 것이란 전망이다.
체온 측정하는 황교안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 입장하며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통합당 관계자는 26일 "늦어도 내주에는 TK 현역의원들에 대한 컷오프를 단행하고 공천을 마무리 지어야한다"고 말했다.

현역의원을 대신해 공천을 받는 후보들이 지역구 조직을 인수받고 선거를 준비하려면 늦어도 내주까지 공천을 매듭 지어야한다는 것. 공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TK지역에 한해 내주 월요일인 3월 2일 화상면접을 실시할 계획이다. 화상면접은 길어야 이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주중반 이후 컷오프와 공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관위는 TK 물갈이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날 "현역의원을 최대한 교체해야 한다는 게 공관위원 다수의 의견"이라며 "지역구 의원 15명이 면접을 받겠다는데 이중 상당수는 컷오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공관위원들은 △박근혜정권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의원 △막말이나 추태 논란을 일으킨 의원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의원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성적이 좋지 않은 의원 △고령 의원 등에 대해선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선수에 대한 고려도 없다는 전언. "중진에게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단 한 명의 예외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관위원들의 기준에 따르면 면접을 기다리는 지역구 의원 15명 가운데 최소 7명은 컷오프가 유력하다. 나머지 8명 중에서도 일부는 생환이 어려울 수 있다. TK지역 물갈이 비율이 전체(20명)의 60%(12명)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관위가 TK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단행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후폭풍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 공천학살'이 이뤄진 뒤 대구(전체 12석 중 친박연대 3석, 무소속 1석)와 경북(전체 15석 중 친박연대 1석, 무소속 5석)에서 친박연대와 무소속바람이 불었다. 소위 계파공천이 탈당파에게 명분을 안겨준 셈이다.

하지만 이번 통합당 공천을 겨냥한 컷오프 의원들의 반발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과거처럼 "불공정공천"이라고 반발한만한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것. 무소속 또는 제3당 공천으로 출마하더라도 동정표를 얻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관위로부터 불출마를 설득 당한 TK 의원은 25일 "지역에서는 무소속 출마하라고 성화지만, 만약 컷오프된다면 (무소속 출마가) 어렵지 않겠냐"고 전했다.

다만 '박근혜 메시지'가 변수로 남아있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컷오프된 친박의원들이 무소속 또는 제3당으로 출마하는 것을 공개지지할 경우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옥중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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