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돌봄서비스 운영시간 … 집단감염 위험도 걱정 키워

연차· 가족돌봄휴가제도 그림의 떡 … 정부 지원·실태점검 필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개학을 연기한데 이어 어린이집도 다음달 8일까지 휴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를 돌봐줄 곳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학교 수업시간을 포함한 초등 돌봄교실, 유치원 방과후과정, 어린이집 당번교사 배치 등을 통해 긴급돌봄 서비스 제공에 나섰지만 운영시간 부족, 집단감염 위험성 등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대문구, 지역 모든 어린이집 휴원│서울 동대문구가 오는 3월 9일까지 지역 내 모든 어린이집을 휴원 한다고 25일 밝혔다. 동대문구 지역 봉사 방역단이 어린이집 입구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연합뉴스 제공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다음달 2일부터 제공하는 초등 돌봄교실의 경우 시작 시각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끝나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일부 학교는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가기 어려운 오후 2~3시에 서비스를 끝내기도 한다.

실제 경기 화성시 A초교는 전날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돌봄교실 이용자 외 긴급돌봄 신청자'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돌봐주겠다고 안내했다. 이 학교는 기존 돌봄교실 이용자에게도 오후 2시까지만 긴급돌봄을 제공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긴급돌봄 이용을 포기하는 학부모도 많다. 초등 2학년생 자녀를 둔 한 직장인은 "퇴근 전에 긴급돌봄이 끝난다는 이야기를 들어 부모님께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맞벌이 부모는 휴가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학교별로 돌봄인력 확보 상황 등이 달라 긴급돌봄 운영 시간을 통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집단감염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각단계인 만큼 아동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휴업·휴교 시 집단적 돌봄도 함께 중단하거나 최소한 전문보건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전담사들이 속한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서는 집단돌봄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면서 "돌봄 중단을 포함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 한해 등원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휴원조치까지 내려진 마당에 유치원으로 아이를 보낼 수가 없다"면서 "아이들이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맞벌이 가정 보호자 1인에 한해 무상휴가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연차나 가족돌봄휴가제 등을 적극 활용한 가족돌봄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거나 자영업·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휴업·원, 봄방학, 개학 연기 등이 이어지면서 연차를 다 소진한 부모들이 상당수다. 또 가족돌봄휴가제는 무급인데다 강제조항이 없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의 직장인들이 사용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사업장 실태를 점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휴원·휴교·개학연기로 인해 맞벌이 부부 등이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무급휴가인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노동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관계부처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무급에서 유급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학교 보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과 한국정치평론학회, 한국교육행정학회는 26일 토론회를 열고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교육부 역할로 보건교육을 추가하고 국무총리실에 '보건교육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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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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