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만3000원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가 후끈하다. '당선이 선'이라는 도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여의도에서는 선거철마다 승리를 위한 계략과 비책이 난무한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긴장감이 팽팽하다.

올해는 더 특이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벚꽃 대선을 거쳐 최근에는 조국사태-패스트트랙법안 처리-울산하명수사의혹-코로나19 사태에 이르면서 정치권엔 몇 가지가 사라졌다. 소통과 타협, 협상이 반목, 고발, 적개심에 자리를 내줬다. 상대를 신뢰하지 않고 말이나 행동을 의도적으로 오독해 지지층을 흥분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분열의 게이지는 날로 치솟고 국방백서의 '주적'을 바꿀 것처럼 으르렁댄다. 관전자들은 불신과 불평을 넘어 '외면'을 선택하게 된다. 한근태의 '재정의'는 잠시 멈춰 한번 '생각'해 보자고 잡아맨다. 그러고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숨을 조절하며 뒤도 좀 보고 땀과 먼지로 흐트러진 머리며 바지를 다시 정돈할 시간을 던져준다.

한국리더십센터(미국 프랭클린사의 한국 파트너) 소장을 지냈고 수많은 기업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를 해온 저자가 우리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단어와 그것들의 조합을 자기의 '생각'을 기초로 재해석해냈다. 많은 독서량과 CEO경영코치, 칼럼리스트로의 오랜 경험이 그대로 배어 있다.

"기존의 방법, 제품, 프로세스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무엇에 대한 새로운 정의일까. "시대가 바뀌었는데 예전 방식으로 일하거나 팔리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으면서 살기가 팍팍해지는 것"이라고 하면 알아낼 만한가. 답은 '불황'이다. 지금 여의도는 '정치의 불황'에 빠져있다. 유권자는 변하고 있고 과거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옛날'을 고집하는 이들이 정계를 틀어쥐고 있다. 이런 경우 '봉변'을 만나기 십상이다. "만날 봉 변화할 변, 변화를 만나는 것이 봉변"이다. 봉변을 피하는 최선은 "봉변을 당하기 전에 시대 변화를 눈치 채고 미리 변하는 것"이다.

저자는 '변화'에 대해 "간절히 원하는 걸 얻기 위해 큰 고통을 감수하고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것"이라고 했다. "남을 욕하는 동안에 적어도 자신의 부족함을 잊을 수 있고 자신이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정치인들의 일상이 된 '비판' 행위들을 다소 냉소적으로 짚어내기도 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하는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자기 말을 믿으면 깜짝 놀란다"는 샤를 드골의 말을 앞세우기도 했다. "자신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비난'을 소개하려는 절차였다. 다만 그는 정치인을 "표만 쫓아 행동하는 표식동물"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정치에 대해서는 "가치의 권익적 배분", "돈과 자리를 나누고 가치를 세우는 데 정치력은 필수적"이라고 제법 쳐줬다. 그러면서 "공동체내의 약자를 돌보는 것"을 '정의'의 정의라고 풀어내면서 "가슴이 뛰는 '좋은 목표'"를 응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