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사상 최초로 개학이 4월로 연기됐다. 학습결손과 돌봄공백 등의 문제로 정부 역시 개학연기에 대한 부담이 컸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개학 연기는 학생들 감염방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밀집도가 높은 학교 교실 및 식당 등에서 감염이 발생할 경우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확산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개학과 함께 학생들이 등하교를 시작하면 방역당국이 계속 권고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의 흐름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학원도 공동체 안녕 위해 현명한 결정을

문제는 학교 밖이다. 개학 연기에 맞춰 각 지자체는 학원들을 대상으로 휴원을 권고했다.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개학을 세차례나 연기했지만 경영난이나 학부모들의 요청을 이유로 개원하는 학원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학원은 학교에 비해 면적 대비 더 많은 학생들이 밀집한 상태로 수업을 받기 때문에 집단감염 우려가 크다. 하루 앞서 학원 문을 여는 것이 당장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큰 난국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정부에서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학원들을 위한 저리대출을 3월 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와 시중은행이 협의했다. 방역지원을 위해 지자체와 교육당국도 노력하고 있다. 학원들도 소탐대실하지 않고 공동체 안녕을 위한 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부모들 역할이 중요하다. 휴업으로 인한 학습공백이 길어지면서 조바심이 날 수 있다. 그러나 내 자녀와 우리 지역사회의 건강·안전을 위해 더 우선돼야 할 가치를 지켜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사실 개학 연기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돌봄일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부모들 입장에서는 직접돌봄을 선호해왔지만 개학이 계속 늦춰지면서 이도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휴교기간 동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을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어린이집 역시 긴급보육을 실시 중이다.

1월 20일부터 가족돌봄휴가비 지원

여전히 기관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면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있다. 기존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으로 연 최대 10일 사용할 수 있는데 1월 20일부터는 고용노동부에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자 1인당 5일 이내, 1일당 5만원 이내 휴가비용을 지원한다. 즉 부부가 최대 20일 돌봄 휴가를 사용하고 최대 5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아이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지원 정책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 나갔으면 좋겠다.

개학 연기는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인해 집회를 중단한 많은 종교단체들이 재개 시점을 학교 개학에 맞춘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주 5일, 좁은 장소에서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게 된다면 종교단체나 타 집회 중지를 요청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개학은 ‘잠시 멈춤’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만해도 된다는 사인을 줄 수 있으므로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바로 주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기를 보내는 동안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되는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