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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주한미군, 한국노동자에 최후통첩

4월 1일부터 무기한 무급휴직 … "방위비 협상용 볼모잡기" 비판

등록 : 2020-03-26 11:21:42

한미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미체결 됐다는 이유로 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들에 '무급휴직 최종 결정 통지서'를 25일부터 발송했다. 4월 1일부터 무기한 무급휴직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안내했던 것과는 달리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문서다.

이날 한국노총 산하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 공개한 통지서에는 "지난 2월 귀하는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을 위해 마련될 절차에 따라 무급휴직된다는 결정통지서를 받았다. 무급휴직의 원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결정됐다. 귀하는 4월 1일부터 무급휴직 기간의 종료가 통지될 때까지 무급휴직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물 흘리는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 최응식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방위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또 "본 무급휴직 결정은 귀하의 서비스, 전문적 직업의식, 헌신, 근무성과 혹은 품행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개인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면서 방위비 협상 미타결로 인해 결국 당신이 피해를 입는다는 식으로 암시한 셈이다.

무급휴직에 따른 제약사항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했다.

통지서에는 "무급휴직 동안 비급여·비업무 상태에 있을 것"이라며 "비급여 상태로 자원해서 근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근무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업무와 연관된 어떠한 일도 수행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이 앞서 출근투쟁을 하겠다고 공개천명한 것에 대한 대응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은 그러면서 "귀하가 보직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경쟁지역 내에서 자금이 확보된 남은 자리가 없기 때문에 무급휴직이 결정됐다"면서 "통근 지역 이내에서 보직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문제를 거론하고, 개인의 귀책사유와 무관하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현재 진행중인 정부간 SMA 협상을 빨리 마무리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사령부도 25일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분석을 완료했다"며 "오늘부터 무급휴직 통지서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SMA 부재로 불행하게 주한미군이 다음 주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위원장 최응식)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방위비 제도개선으로 한국정부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이 인건비를 먼저 해결하자는 한국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무급휴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저희들 고통을 지렛대 삼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위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결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만 미국의 불순한 의도가 무산될 수 있으며 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우위를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강제 무급휴직 기간 일을 하려 한다면 미 헌병대에 끌려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대한민국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위원장의 삭발투쟁도 진행했다.

한미는 11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하고 있지만 총액 등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SMA 타결 전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 인건비 문제라도 우선협의하고자 했지만 미국 측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주한미군의 정확한 무급휴직 인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다음 달 1일부터 전체 한국인 근로자 9000여명 중 절반가량인 4500~5000여명이 무급휴직을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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