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윌슨/김하현 옮김/어크로스/1만7800원

세계 수십억 사람들은 언제부터 똑같은 패스트푸드와 싸구려 스넥으로 저녁을 때우게 됐을까? 우리는 어쩌다 식사보다 더 많은 간식을 찾게 되고 탄산음료를 '물처럼'(죄책감 없이) 마시게 된 것일까? 한때 2~3시간씩 이어지던 사람들의 식사 시간은 언제부터 이렇게 ?아졌을까? 식품대기업은 어떻게 당분 지방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구입하도록 유도했을까? 저자는 현대인들이 궁금해 하는 이런 질문에 꼼꼼히 답해주고 있다. 또 음식이 우리 몸과 생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한국인처럼 먹어라"

전세계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또 식량 부족을 호소하는 나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47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만성 굶주림에 시달렸다. 인구 수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음에도 2015년에는 그 수치가 아홉명 중 한명으로 줄었다. 극빈층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식단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칼로리는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와 단백질은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다. 모두가 달라진 음식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우리 시대의 식생활에 담긴 씁쓸하고도 달콤한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채소 소비가 많아 상대적으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김치를 한국인 식단의 최고봉으로 꼽았다. 사진은 한 대형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김치. 사진 장세풍 기자


전 세계인들은 이제 어디서든 유럽 프로축구나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보듯이 감자칩을 먹고 아침에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디저트로 플레인 요구르트를 먹는다. 또 설탕을 입힌 시리얼, 발효되지 않은 '빵' 다양한 빛깔의 가당 음료, 일반 요구르트보다도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건강' 요구르트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성인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과 종류에 걸친 일련의 변화를 '음식 혁명'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우리가 두 세대 만에 전통적인 식단에서 세계화된 식단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영양 전이의 커브를 꺽는 것, 즉 건강한 식사 패턴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독자들에게 한국인의 식단을 권한다. 한국인 만이 영양의 전이 커브를 꺽는데 성공했다. 이는 다양한 변화와 현대적인 삶의 압박 속에서도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문화에서 해답을 찾는다. 한국인은 서구에서처럼 채소를 단순히 몸에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을 넘어 맛있는 것으로 여긴다. 콩나물과 시금치 같은 채소를 다른 국가에 비해 훨신 다양하게 즐긴다. 저자는 한국 채소 요리의 최고봉으로 김치를 꼽는다. 배추에 매운 양념을해서 발효시킨 김치는 소스처럼 살짝 ?들여 먹는 음식이 아니라 주식에 가깝다.

시장 원리에만 맡겨서는 곤란

현대인들이 몸에 해로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것은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무엇을 먹느냐는 오로지 개인의 욕망이나 요구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의 욕망과 요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 즉 우리가 주입받은 음식의 이야기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사회경제적 조건들에 따라 식사의 선택지가 갈린다.

노동환경, 삶의 질, 복지 수준 등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식품산업은 그 틈새를 이익추구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여 더 많은 자극적인 음식, 즉 당분, 지방,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구입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 결과 우리 입에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쓰레기에 가까운' 음식이 들어오고 있다.

저자는 서구인의 주식이자 삶의 질을 평가하던 빵이 이제 형편없는 값싼 공장제로 전락한 이야기,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음식이 아니라 공정이 간단하고 값싼 초가공식품(시리얼, 인스턴트 라면, 시리얼 바, 탄산음료)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음식을 아끼던 옛날 사람들과 달리 시간을 아껴야 하는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가면 이건 음식의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라 부를 만하다. 저자는 또 우리가 구매하는 다른 물품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시장 원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좋은 음식은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두를 위한 식품 품질 규제에 돈을 쓰는 것은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와 사회가 이해하고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식사를 위한 개인 전략 필요

세계인들의 식사시간이 짧아졌다. 짧은 시간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는 강박이 수많은 '슈퍼푸드'를 탄생시켰다. 비 윌슨은 이런 '슈퍼푸드'들이 너무 비쌀 뿐만 아니라 식품 사기에 가깝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대신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음식을 고르면 돈을 아낄 수 있고 식품 다양성에 한 표를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비 윌슨은 개인의 취향과 습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지만, 국민의 식습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정부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고거 한국에서 진행됐던 사례를 저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더 나은 식생활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개선된 새로운 식문화가 등장하도록 노력하고 기다리면서도 현대 음식에 잡아먹히는 대신 최고의 장점만을 누리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서 비 윌슨이 제안한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으로 식사에 대한 생각을 시작해보면 좋을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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