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리지 부족으로 서비스 한계 … 세계시장 선도효과는 장점

비싼 단말·요금도 발목 … 통신3사 "올해 B2B 서비스에 사활"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3일 밤 세계최초로 5세대(G) 이동통신을 시작했다. 세계최초를 미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정이 다 된 시간 부랴부랴 첫번째 가입자를 개통했다.

급하게 출발하기는 했지만 가입자는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했다. 상용화 첫달 27만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는 6월말 133만명을 돌파했고, 6개월만에 4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말 기준으로는 496만명을 기록했다. 숫자로만 보면 충분히 성공적이라 얘기할 수 있다.
SK텔레콤 홍보모델들이 서울에 위치한 한 빌딩 위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며 5G 상용화 1주년을 기념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제공


세계최초 상용화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약진했다. 국내 5G 상용화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회사들도 세계 각국 통신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단말기에 통신요금으로 매월 8만9000원을 내고 있지만 4G LTE를 쓰고 있을 때와 만족도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 5G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급하게 시작한 만큼 아쉬운 점도 많이 있는 것이다.

KT는 150개의 5G 기업간거래(B2B) 적용사례를 발굴했으며, 기업전용 5G 고객사 53곳을 확보하는 등 B2B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KT 제공


◆아직 반쪽짜리 서비스 =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비스 품질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5G는 4G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대 20기기비피에스(Gbps)로 4G LTE보다 20배 빠르고 응답속도는 수십분의 1 수준이다. 통신망이 제대로 갖춰지기만 하면 4G 보다 훨씬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 눈높이에 비해 아직 통신망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1년이 지났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거나 실내에서는 대부분 LTE로 연결된다. 아직 완전하게 5G 통신망이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통신3사가 5G망 구축을 위해 설비 투자(CAPEX)한 비용은 8조7807억원 가량이다. 연간 투자 금액 중 전년 대비 60% 늘어난 금액을 5G망에 투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약 2조9200억원을, KT는 약 3조2568억원을, LG유플러스는 약 2조6085억원을 통신설비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5G 기지국 구축에 쏟아 부었다.

이렇듯 막대한 비용을 들였지만 4G 만큼 촘촘하게 망을 구축하려면 3~4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품질 평가를 통해 5G 커버리지 확대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5G 서비스에 대한 통신 품질 평가를 시행한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이통3사의 5G서비스 품질 평가를 하고, 7월에 상반기 평가결과를, 11월에 하반기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5G 사용자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통신3사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와 PC에서만 가능하던 게임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등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5G 상용화 1년을 맞아 올해는 '5G 서비스 3.0'을 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5G 콘텐츠 수출을 본격 확대한다. 사진 LG유플러스 제공


◆5G 쓰려면 최소 5만5000원 내야 = 비싼 요금·단말기도 5G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다.

현재 이통3사 5G 요금제 최저 수준은 5만5000원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만5000원 요금제를 통해 데이터 9기가바이트(GB)·음성 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통3사의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격은 8만원∼8만9000원 선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선 이보다 낮은 수준 요금제를 출시해 다양한 계층이 5G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통사에 3만∼4만원대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통신3사는 5G 가입자 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 중·저가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고가 스마트폰 위주의 5G 단말도 소비자들의 5G 가입을 막고 있다. 대다수 5G 전용 스마트폰은 가격이 100만원을 웃돈다.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갤럭시S20의 가격은 124만8500원이다. LG전자의 V50S씽큐의 출고가는 119만9000원이다.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90도 89만9800원이다.

이 같은 가격은 20만~30만원 수준부터 시작하는 4G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비싸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지난해 베트남에서 출시한 갤럭시A51과 갤럭시A71 등 중저가 모델을 준비 중이다.

갤럭시A51의 가격은 베트남에서 799만 베트남 동(약 41만원), 유럽에서 370유로(약 48만원)로 출시돼 국내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출시된다면 5G 스마트폰 가격대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5G시장 빠른 성장 = 부실한 커버리지와 비싼 요금·단말기 등의 논란이 있지만 5G서비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5G 서비스를 개시했고, 또 서비스 개시를 앞둔 국가도 많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2025년까지 5G 가입자가 글로벌 전체 모바일가입자의 약 18%(15억8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 5G 가입자가 2022년 5억5000만명, 2024년 11억9000만명, 2025년 15억8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GSMA에 따르면 현재 24개국, 46개 통신사가 5G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앞으로 5G 개통을 앞둔 국가는 39개국 79개 통신사에 달한다.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은 2026년까지 5G를 이용한 디지털 전환이 진행돼 1조3070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5G 성장세 속에서 국내 이동통신3사는 세계최초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두드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필리핀의 통신사인 '나우 텔레콤' 등과 5G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대만 통신사 타이완모바일과 5G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5G 기술 수출에 합의했다. 지난달에는 5G 중계기를 독일의 주요 도시에 구축하고, 고객 체험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도이치텔레콤과 합의했다.

KT도 5G 구축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우선 베트남 통신기업 VNPT에 5G 네트워크 설계 방안을 컨설팅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통신기업 STC에는 5G를 비롯한 유무선 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상호 협력을 진행했다. 또 필리핀 통신사 PLDT와 5G 도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홍콩 통신사 CSL과 5G 적용에 대한 협력 논의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차이나텔레콤과 실감형 5G 콘텐츠와 솔루션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23일에는 홍콩 1위 통신사인 홍콩텔레콤에 5G VR 콘텐츠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유럽과 동남아 등 5G 상용화를 앞둔 해외 통신사와 VR콘텐츠 수출협약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주목 = 이동통신3사가 소비자 시장 못지않게 주목하고 있는 5G서비스 분야는 기업간거래(B2B)다.

5G가 갖고 있는 빠른속도 대용량전송 저지연성 등의 특징을 활용하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등 B2B 영역에서 큰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올해를 5G B2B 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8대 핵심 사업으로 △스마트오피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플랜트 △스마트시티 △의료 △물류·유통 △미디어 △공공안전 등 분야를 선정했다.

SK텔레콤은 우선 모바일엣지컴퓨팅(MEC)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산업 혁명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에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1, 2위인 AWS, MS와 손잡고 세계최초로 전국 단위 '5G 엣지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에 '5G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5G 네트워크에 AI 영상분석, AR 등 최신 ICT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실시간으로 댐의 영상과 수위를 감시하고 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5G 스마트 발전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카 △실감미디어 △관광 △물류·유통 △재난관리 △공공안전 등 7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는 커넥티드카 영역에 5G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서울병원에 '기업전용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5G 디지털 병리 진단 △5G 양성자 치료정보 조회 △5G 수술 지도 △병실 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케어 △수술실 내 자율주행 로봇 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KT는 5G B2B 영역에서 2019년 기준 150개의 적용 케이스를 발굴했고 53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 역시 5G를 활용한 B2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선 없는 공장' 조성을 목표로 5G 스마트팩토리를 국내 공장에 구축해 실증단계로 이어갈 계획이다. 모빌리티 영역에서는 지난해 기반을 마련한 5G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고도화시켜 본격 사업기회 확장에 나선다.

드론 사업도 본격화된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함께 상반기까지 드론 기체와 스마트드론 관제·영상서비스의 5G 통신망 연동을 완료하고, 이후 구축된 서비스를 활용해 드론 사업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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