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수도권 의석 75% 넘긴다" … 심판론 희석 기대

야, 김종인 앞세워 '경제심판론' 중도·부동층 공략

공천 탈락 '현역' 등 무소속 변수 … 진보 명맥 유지?

총선 승패가 걸린 수도권은 20대 총선에 비해 1석이 줄어 121개 선거구에서 여야간 경쟁이 벌어진다. 진보-보수정당의 권역별 당선자 수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수도권은 1, 2당의 최대 승부처로 여겨지는 곳이다.

영남(65석)과 호남(28석)에서 두각을 보인 정당들이 잃은 의석을 만회하거나 쐐기를 박는 선거구로 작동해 왔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82석을, 통합당(당시 새누리당)이 35석을 얻었다. 19대에선 112석 가운데 61석을 민주당 계열이 차지했다. 18대 총선에선 27석에 그쳤다. 당연히 구도싸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정권에 대한 심판 또는 지원론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곳이다. 여야의 공천도 철저하게 이같은 전략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것이 공식에 가깝다. 원내 1, 2당의 대표격인 이낙연-황교안 후보가 서울 종로에서 맞붙는 것이 상징적이다.

발언하는 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연석회의에서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코로나 정국이 바꾼 총선판도 = 당초 21대 총선은 정권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 특성상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문재인정부 집권 3년에 대한 평가가 총선의 기본 구도에 놓인다는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19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총선판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정권에 대한 평가에 앞서 현 위기상황에 대한 타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다.

꽃다발 받는 박형준-신세돈 | 미래통합당 박형준(왼쪽 두 번째), 신세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에서 지지자로부터 분홍색 장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이같은 판세변화가 여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감염증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에 대한 지원론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소위 정권 심판, 정권을 혼내주자는 욕구가 강할 때 투표율이 올라가는 성향이 있는데 이번 상황은 그런 것 같지 않다"면서 "지금은 어찌 보면 전쟁 같은 상황이라 정권을 심판할 상황이 아니라 힘을 모아 전쟁을 극복해야 할 국면"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27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정례조사에서 21대 총선에 대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6%,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0%로 나타났다. 2월과 3월 둘째 주에는 지원·견제 응답이 팽팽하게 갈렸으나 2주 만에 다시 간격이 벌어졌다. 특히 중도층에서 지난 1월 여당 승리(52%)가 야당 승리(37%)보다 많았는데, 2월(39%-50%)에 뒤바뀌었고 3월 둘째 주(40%-47%)도 마찬가지 경향이었으나 이번에 재반전했다(45%-41%).(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 수도권 기대감↑ = 여권내 수도권 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비례정당 참여를 결정하면서 '지역구 130석'을 목표로 제시했다. 호남 지역구 탈환과 더불어 수도권에서 최대 '+10'석이 이뤄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근 코로나 정국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국민에게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고, 서울 등 전략선거구에 공천한 후보가 야당 후보와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선거구별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이) 정치경력이나 인지도 측면이 아니라 '어느 정치세력을 지원해야 하느냐'로 판단하는가가 두드러진다"면서 "야당이 내세우는 인물론이 힘을 얻기 쉽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층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서 민주당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경쟁에서 선전하고, 동작을에선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통합당의 나경원 후보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점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여권은 경기도에서도 20대 총선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층 '김종인 효과' ? =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영입 효과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눈치다. 코로나 정국에 대등하는 정부의 경제대책을 고리로 무당층과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선대위 회의에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 이게 민심"이라며 "경제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생존을 어떻게 보장하는지가 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통합당 후보 사무소를 방문해서는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이 앞서고 코로나19사태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한다는데, 실제 유권자 투표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부동층이 많은 상황이나 본질적으로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3년 동안의 경제 치적을 놓고 봤을 때 이 사람들이 경제를 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겠느냐"라며 '경제 실정 심판론'을 폈다. 수도권의 핵심이슈인 부동산, 아파트 가격, 세금 등을 들어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비판적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통합당은 보수정당 통합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50석 이상을 얻으면 영남권과 비례의석 등을 포함해 1당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무소속·3자대결 변수 = 거대 양당의 승부가 치열하게 진행될 수록 무소속이나 제3후보 변수가 커질 수 있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3선의 민병두 의원이 민주당 공천탈락에 항의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 청년후보인 장경태 후보와 통합당 이혜훈 후보간 경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세가 강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금천구에서도 재선 구청장 출신인 차성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서 여권지지표의 분할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인천 동·미추홀을 선거구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섰다. 지역구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면 안상수 통합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경기 고양갑에서 출마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보수당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와도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전 선거에선 야권연대를 통해 힘을 합했던 세력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수도권 유일의 진보정당 지역구 의원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지역별 판세 등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김종필 TV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1대 총선 뜯어보기" 연재기사]

이명환 이제형 곽태영 김신일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