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예찰·역학 대책상황실 운영 … 고위험군 22종 중점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성

해외에서 들어오는 식물병해충으로 국내 농업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외래 병해충을 얼마나 빨리 발견해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다.

외래식물병해충 유입을 막고 확산을 방지하는 활동에는 세계 각국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티알포(TR4 곰팡이)는 바나나에 치명상을 입히는 파나마병을 일으키는데 1989년 대만에서 발생해 70%를 말라 죽게 했고, 중국 동남아 등을 거쳐 최근 바나나 최대 수출지역인 중남미지역까지 확산됐다.

오세민(오른쪽) 제주식물병해충예찰방제센터 검역관이 제주 애월지역 농가를 찾아 외래병해충에 대한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한국도 북미지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묘목 등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으로 사과 배 농가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겨울 따뜻한 기온으로 과수화상병이 확산되고 붉은불개미와 열대거세미나방 등 고위험 병해충이 국내로 들어와 퍼질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10일부터 '고위험병해충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남궁인숙 검역본부 창원사무소 검역관이 진주지역 딸기수출선과장에서 수출상대국이 금지하고 있는 병해충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검역본부는 국경검역과 예찰을 강화하고 병해충별 맞춤형 대응책도 진행 중이다. 붉은불개미 차단을 위해서는 주요 34개 항만에 대한 집중 예찰을 벌이고 자연석재 등 전염 우려가 큰 물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 과실파리류가 불법 수입 식물을 통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에 검역 엑스레이를 늘리고, 화물 수입이 허용된 생과일류의 실험실 정밀검역 시료를 두배로 확대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제주도와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트랩을 늘리고 조기 예찰을 벌이고 있다. 과수화상병에 대해서는 사과·배 수출 농가를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추진하면서 수출단지에 대한 정밀 예찰을 진행 중이다.

안용덕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외국에서 생과일류 등 금지품을 들여오거나 불법 유통하는 경우와 고위험 병해충을 발견하는 경우 즉시 신고하는 등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중국에서 날아올 열대거세미나방 포집에 촉각 = 농림축산검역본부 제주식물병해충예찰방제센터의 오세민(57) 검역관은 21일 애월에서 서귀포까지 설치해 둔 열대거세미나방 트랩을 모두 조사했다.

4월 제주지역 25곳에 설치해 둔 열대거세미나방용 트랩은 이날 두 개팀으로 나눠 각각 12개, 13개씩 수거했다. 오 검역관이 공모직으로 들어온 보조요원 1명과 함께 애월에서 서귀포까지 다니며 트랩 12개를 수거하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6월 14일 제주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후 전국 31개 시·군 61개소에서 발생한 열대거세미나방은 옥수수 등 화본과 작물의 잎과 줄기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트랩은 페르몬을 이용해서 성충을 채집한다. 오 검역관은 "오늘 채집한 나방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인지 여부를 내일 실험실에서 해부현미경으로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업은 전국의 전문 검역관들과 영상통화 등을 통해 협력한다.

오 검역관은 "올해는 열대거세미나방이 지난해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번주나 다음주 중 채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은 오리엔탈과실파리나  감귤그린병 등 감귤에 큰 피해를 주는 병해충들이 나타날 위험성이 커 이들 병해충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매일 현장 출장을 나간다. 검역관들은 농가들도 만나고(포장순회), 트랩 등 병해충 채집을 위해 설치한 기구 등을 살핀다.

검역본부는 예찰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제주지역에 처음 예찰방제센터를 만들고, 지난해 중부지역본부와 영남지역본부에도 예찰방제센터를 신설했다.

올해는 호남지역본부로 확장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예찰전문인력도 현재 23명에서 33명까지 확대할 목표를 세웠다.

현익화 고위험병해충 대책상황실장은 "예찰 성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는 고위험 식물병해충 22종에 대해 중점 모티터링을 하기로 하고 전국 7개 권역에 대학교수 등 전문연구자 81명으로 네트워크도 구성했다"고 말했다. 22종은 고위험병해충 5종, 수출협상에 필요한 5종, 기후변화에 따라 유입가능성이 높은 12종을 추렸다.

◆국산 농산물 수출 돕는 검역도 필수 = 예찰업무가 해외에서 들어올 병해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수출검역은 국내에 있는 병해충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일이다. 신선농산물과 식품 수출을 위해 필수 업무다. 다른 나라도 한국의 병해충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검역과 예찰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내에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2015년부터 사과 배 생과실을 포함한 기주식물 전체를 수입금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 창원사무소의 남궁인숙(46) 검역관은 발열체크를 거쳐 사무실에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식물병해충 검역 업무를 20년째 담당하고 있는 그에게 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가 생활 속으로 침투해 온 것이다.

남궁 검역관은 식물검역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밤사이 추가된 수출검역신청이 있는지 확인하고 하루 일과를 배정받는다.

창원사무소가 관할하는 경남지역은 농산물 최대 수출검역의 중심지다. 경남 15개 시·군의 76개 수출단지와 900여 수출농가에 대한 재배지 검역, 예찰조사업무, 수출현장검역 업무가 검역관들에게 매일매일 할당된다. 남궁 검역관은 "이곳은 전국 딸기의 주산지로 국내 최대 수출지역이기도 하다"며 "국산 딸기는 2016년 베트남에 이어 2018년 12월 태국과의 수출검역협상이 타결돼 수출검역업무량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 검역관은 20일 베트남으로 수출(올해 수출협상 타결)하는 단감재배지를 방문, 검사하고 창원 북면에서 파프리카 재배지를 살폈다. 파프리카는 일본으로 수출한다.

창원사무소 검역관들은 산청 함양 진주의 딸기수출선과장까지 가서 수출검역을 담당한다.

딸기 수출검역은 수출단지로 등록된 선과장에서 실시되며 선과장에 반입된 딸기가 등록된 수출농가인지 재배지검역이 합격된 농가인지 확인하고 신청된 품목 수량을 확인하고 포장박스에 표기된 선과장 및 수출농가 번호를 확인한 후 상대국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2% 샘플을 채취해 상대국 우려 병해충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한다.


공동기획 : 농림축산검역본부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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