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성희롱 특별대책'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오거돈전 부산시장이 사퇴 29일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오 전 시장은 22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경찰청에 비공개 출두했다. 지난달 23일 성추행 사실을 실토하며 사퇴 기자회견을 한 지 29일 만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8시께 관계자와 함께 흰색 계통의 차를 타고 부산경찰청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 측은 경찰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하차 지점을 바꾸기도 했으며, 경찰은 사전에 지하 출입문을 열어두거나 엘리베이터를 세워두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사퇴 시기 조율 등 여러 의혹에도 침묵으로일관하며 경남 모처 등에서 칩거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경찰은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자 한때 공개 소환 여부를 검토했지만오 전 시장 측이 경찰 출석 조사 때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부산경찰청 기자단 요청을거부함에 따라 비공개 소환으로 방침을 바꿨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초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한 혐의를받고 있다. 오 전 시장 측은 피해자 측과 4월 이내에 사퇴한다는 공증을 한 뒤 지난달 23일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오 전 시장 사퇴 나흘 만에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그동안 비서실을 포함한 시청직원 등 관련자를 조사한 데 이어 측근인 정무라인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해왔다.

성추행 피해자는 최근 경찰과의 피해 진술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촉구한상태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조사한 뒤 신병 처리 수위를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해 오 전 시장의 또 다른 성폭력 사건과 정무라인의 사건 무마 시도, 부산성폭력상담소의 피해자 인적사항을 비밀 준수 의무 위반 의혹 등 시민단체 고발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부산시는 21일 '부산시 성인지력 향상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성희롱 가해자에게 최소 감봉 이상, 성폭력 가해자는 최소 강등 이상의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기관장 등 임원 임용 시 성희롱·성폭력 예방계획 등 성인지 감수성 요건을 추가 심사하고, 전 직원 대상 성인지 감수성 확립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부산시장 직속 감사위원회에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둔다. 부산시와 16개 구·군, 35개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사건 조사, 피해자 사후관리와 예방책 마련을 지휘하는 전담기구다.

가해자에게는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성추행·성폭력을 저지른 경우, 피해자가 미성년자와 장애인인 경우는 '최소 강등, 최대 파면'한다. 현 기준은 '최소 정직, 최대 파면'이다. 성희롱을 저지른 경우 '최소 감봉, 최대 파면'한다. 현 기준은 '최소 견책, 최대 파면'이다. 일각에선 부산시의 대책에 대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면피성 대책"이란 지적이다.

차염진 기자 ·연합뉴스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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